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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결론 없는 '비스페놀A' 유해성 논란…소비자 불안만 가중

해외는 젖병 시작으로 금지 추세 확산…국내는 생산여부 따라 입장 엇갈려

2016-04-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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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뉴스 봤어요? 소변의 비스페놀A 농도가 짙은 아이일수록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네요. 20년 전부터 나오던 얘기 같은데"
"통조림이 건강에 안 좋은 건 알지만 그렇게 따지면 먹을 게 없죠."
 
약 300만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글들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특히 비스페놀A(BPA)의 유해성 논란은 수년째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BPA는 식품 저장용기 등에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PC)와 통조림 캔 부식 방지를 위한 내부 코팅제에 사용되는 에폭시 수지의 원료 물질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젖병과 화장품에 대해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다른 식품 용기나 영수증에서 검출된 BPA도 안전하지 않다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면서 소비자들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BPA 유해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제학술지 '생식독성학저널(Reproductive Toxicology)'에 2013년 게재된 리뷰 논문(관련 논문 201개 정리)에 따르면, 비스페놀A는 남성의 정자수 감소와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으며 동물실험에서도 당뇨병, 유방암, 전립선 암의 증가 및 정자수 감소와 생식 문제 등이 확인됐다. 
 
캐나다는 2008년, 프랑스 2010년, 유럽연합(EU) 2011년, 미국은 2012년부터 '젖병'에 대한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1월부터 모든 식음료 용기에 대한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하면서 유럽플라스틱제조협회와 맞서고 있다.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비스페놀S(BPS) 등 BPA를 대체하는 다른 화학물질도 인체에 안전하지 않다는 논문도 나왔다.
 
반면 국내 화학업계는 자사의 생산 여부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 화학업체는 "비스페놀A가 없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한다"고 홍보하는 반면, 다른 업체는 "비스페놀A 사용의 위험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비스페놀A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도 예민한 문제"라고 고백했다. 국내 BPA 생산규모는 LG화학(051910) 45만톤, 금호피앤비 40만톤, 삼양이노켐 15만톤 등이다.
  
법적 다툼도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말 대법원은 "플라스틱 용기 찜찜하셨죠? 이젠 글라스락으로 바꾸세요"라고 광고한 삼광글라스(005090)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공표 및 과징금 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광글라스가 플라스틱 식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부추겨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려 했다고 해도 식약처가 식기용기의 비스페놀A 허용 용출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 우려에 나름의 객관적 근거가 있어 비방광고로 금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락앤락(115390)은 글라스락의 광고가 자사에 대한 비방광고라고 주장하며 삼광글라스를 제소했다.  
 
비스페놀A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PC·BPA협회는 미국 식품의약품(FDA) 등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비스페놀A는 인체에 축적되지 않고 빨리 배출되며 내분비계장애물질이 아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품목별 일정 기준을 설정해서 관리하며 그 기준을 넘어서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무해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BPA에 대해 '내분비계장애물질'이 아닌 '내분비계장애추정물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에서 열린 한 페이비페어에서 소비자들이 젖병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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