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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협

(사회책임)기관투자자 역할 강화 등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13년만에 개정

1999년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모범규준 제정 이후 2차 개정안

2016-04-25 06:01

조회수 : 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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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 수준은 아시아 최하위권이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에 따르면 한국은 2014년 지배구조 평가에서 아시아 11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1,2,3위는 각각 홍콩, 싱가폴, 일본이 차지했으며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한국의 뒤를 이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조사한 국내 주요 상장사 지배구조 등급 현황에 따르면 국내 상장회사의 77.8%의 지배구조가 B등급 이하로 밝혀졌다. 전체 7단계(S,A+,A,B+,B,C,D) 중 지배구조가 취약하다고 평가되는 하위 3등급에 압도적으로 많은 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업지배구조원칙을 2015년에 개정하였다. 영국은 2014, 일본은 2015년에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및 원칙을 개정하였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관심과 그에 걸맞은 다양한 개선 노력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18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최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을 위한 공청회 및 정책토론회>는 대내외적 요구에 발맞춘 우리나라의 변화 움직임의 하나다.

 

13년만에 이루어지는 모범규준 개정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수용해 1999년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모범규준을 제정하였다. 이후 2002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설립되고 20031차 개정이 있었다. 1차 개정에서는 감사위원회의 구성을 3명 이상, 사외이사 3분의2 이상으로 수정하고,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공시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다.

올해에 규준 개정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2003년 이후 처음이다. 13년만의 규준 개정 논의에 대해 일각에서는 논의가 지나치게 늦어진 것 아니냐고 우려하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재규 선임연구위원은당초 모범규준이 상당히 앞서있는 내용을 많이 담았고, 오히려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즉각 이행할 수 없는 사항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모범규준은 지향성 혹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법률의 규제보다 높은 수준의 규준을 요구된다이 때문에 13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모범규준 개정의 필요성이 높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기준과 대내외 환경의 굵직한 변화가 있었던 만큼 이번 개정이 시의적절한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정 위원은 설명했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의 개선 방향

이번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의 개정은 국내외의 법적, 사회적 환경 변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 주목할 만한 개정 항목은 기관투자자에 관한 부분이다. 개정안 마지막 섹션에 기관투자자 섹션이 추가되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세계적인 추세가 강행법(Hard law)의 법규정에 의한 것에서 연성법(Soft law)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규율에 의한 자율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선케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주체가 기관투자자라는 설명이다. G20 기업지배구조원칙에서도 작년 개정을 통해 기관투자자를 추가하여 별도로 다루고 있다. 기관투자자 문제가 다양한 시장 규율과의 연계성을 맞추어갈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이다. 개정안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및 행사내역 공시 권고, 내부자 거래 금지, 공정한 주주권 행사를 위한 적절한 내부통제장치 마련 등을 포함하고 있다.

주주의 권리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개정 사항으로는,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종전 2주 전에서 4주전으로 개정하였고, 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위해 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권고하였다. 사회책임경영 관련 내용이 추가되었다.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문제 예방을 위한 사항,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개선 활동,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근로자 권익 보호 등이다.

 

실효성 재고를 위해 과태료고려

모범규준이 영향을 받는 주요한 요인 중에 하나는 상법(회사법)이다. 상법은 경영자와 주주,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주주와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지배구조 관련 상법은 관계자들의 권한분배를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관한 모델을 제공하고, 회사 내 이른 바 대리인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제어하는 보완적 역할을 수행한다.

경희대학교 권재열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상법의 지배구조 관련 규정의 실효성 강화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배구조 관련 현행 상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하였다. 권 교수는 현재 법령위반행위에 대한 구제 제도로 이사의 책임추궁기업지배권시장을 들었다. 전자는 이사의 기회주의적 행동에 대한 책임을 주주대표소송으로 추궁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후자는 부정직하거나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하는 일종의 징계효과를 일컫는다. 그러나 권 교수는 주주의 무임승차 선호 경향으로 소송에 대한 소극성을 보이기 때문에 주주대표소송은 활용 가능성이 낮고, ‘기업지배권시장활성화는 경영진이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보다는 단기적 업적에 집착케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어 권 교수는 주주의 주권발행청구 주주총회 의장의 전횡 방지 주주총회 결의의 이행 준법지원인의 선임의 네 가지 주제에 관하여 실효적 제재수단 확보를 위해 과태료 부과 범위 확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각 제도의 실행이 보장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 없이해당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해 이행 유인을 높이자는 것이다.

 

연성규범(Soft Law)에 주목해야

과태료 부과와 같은 강행법(Hard Law)으로는 실질적으로 기업을 제약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안수현 교수는 제재의 유무를 떠나서 회사법이 전제하고 있는 주주의 권리 보장 측면을 검토해야 할 때라며 기업들이 잘하는 부분을 스스로 시장에 알리고 설득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보다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영국과 일본,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들의 움직임을 예시로 들어 연성규범/원칙중심의 접근 방법을 활용한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설명하였다. 구체적인 방법 중에 하나로 원칙준수·예외설명(Comply or Explain)’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것은 기업이 일단 원칙을 준수하고 그것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며, 모범규준의 미준수항목에 대해서는 예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국가가 기업에게 직접적으로 행하는 규제의 폭은 넓지 않다. 국가는 기업에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여 주고 결과를 시장에서 유의미하게 평가하게 하는 방식이다.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 일찍이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규준 개정의 주요한 방향으로도 제시되고 있다.

모범규준 개정안은 5월까지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6월 중으로 공표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최경수 이사장은 우리 기업들 사이에 존재하는 잘못된 행태와 관행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적된다모범규준을 잘 만들고 잘 활용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을 위한 공청회 및 정책토론회' 장면. 왼쪽부터 정재규 CGS 선임연구위원, 권재열 경희대학교 교수,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정순섭 서울대학교 교수(사회),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 연구위원,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 사진/KSRN

 

 

송은하 KSRN기자

편집 KSRN편집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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