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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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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

2024-09-24 11:36

조회수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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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에서 '지난 10년 동안 한국 인터넷 요약'이라는 영상을 봤습니다. '오글거린다' '설명충' '알빠노' 등 인터넷 용어가 생긴 뒤 벌어진 상황을 설명한 영상입니다. 해당 영상은 특정 인터넷 용어가 생긴 뒤 감성이 사라지고, 자기 지식을 나누려는 사람이 사라지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람이 사라졌다고 지적합니다. 
 
이제는 인터넷 용어라는 단어보다는 '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시대입니다. 밈은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라는 본래적 의미를 넘어 '인터넷 트렌드' 혹은 '짤방(짤막한 길이의 콘텐츠 영상)'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죠.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밈 중 하나가 '나락'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정상에서 떨어진 이들에게 '나락 갔다'라는 말이 따라붙습니다. 인기 한국 유튜버가 구설에 휘말려 논란이 되면 여지없이 '나락'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오킹, 곽튜브 등 논란에 중심에 선 유튜버 관련 기사, 유튜브 영상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유튜버의 인기는 군중이 보내는 신뢰가 바탕입니다. 이는 연예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중은 연예인 만큼 강력한 도덕적 잣대를 이들에게 들이댑니다. 도덕적 오점이 생기면 신뢰가 깨져 빠르게 추락하게 되곤 하죠.
 
죄를 지은 이들이라면 나락에 떨어지는 건 당연합니다. 허나, 나락이 밈이 되면서 과도한 도덕적 잣대를 휘두르며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상대에게 흠이 생기면 여지없이 승냥이 같은 무리가 생깁니다. 상대를 나락으로 보내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들기도 합니다. 한 누리꾼은 곽튜브와 친분이 있는 유튜버 빠니보틀에게 '형도 나락 좀 가자'라고 인스타그램 DM을 보냈습니다. 
 
'나락'.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불교 용어로 죄업을 짓고 매우 심한 괴로움의 세계에 나온 중생이나 그런 중생의 세계를 뜻합니다. 그리고 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을 비유적으로 쓰는 말입니다. 본 뜻을 생각해보면 밈이라는 유행으로 소화할 만한 단어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남을 절망적인 상황에 떨어지라고 너무 쉽게 '나락'을 이야기하는 세상이 된 것은 아닐까요.
 
곽튜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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