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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자살보험금 쟁점분석)①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로 신뢰 잃은 보험사…고객보다 대주주 이익 우선

보험사, 자살→재해 판결에도 소멸시효 이유로 지급 미뤄…당국 실태조사 등 초강수

2016-07-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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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수년간 미뤄 오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의 1차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자살을 '재해'로 해석하는 문제는 대법원이 소비자 손을 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소멸시효라는 카드를 내세워 버티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2차전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두고 금융당국과 대형 생명보험사의 싸움으로 번졌다. 금융감독원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고 대형 생보사들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뉴스토마토는>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자살보험금의 쟁점과 향후 전망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지난 5월12일 대법원은 생명보험사에게 자살에 대해서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약 2년을 끌어온 자살보험금이 대법원의 지급 판결로 일단락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부 생보사들은 이같은 대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를 내세워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소멸시효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배임이 될 수 있다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수익에 기대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 신뢰를 잃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결국 관련 생보사의 자살보험금 지급 실태에 나서는 등 초강수를 두는 등 당국과 생보사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자살, 약관상 재해 인정돼…보험금 최대 3배 올라
 
보험사가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과 재해사망으로 크게 나뉜다. 일반사망은 사망의 원인을 따지지 않고 사망했을 경우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다. 재해사망은 교통사고나 화재사고 등으로 인해 사망했을 경우 지급한다.
 
보통 일반사망 보험금이 1억원인 경우 재해사망 보험금은 2억원에서 3억원이다. 자살보험금은 생명보험사들이 자살에 대해 재해가 아니라며 1억원을 지급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물론 자살이 재해가 아닌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생보사는 약관에 가입 2년 후 자살인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약관의 실수라며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대법원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미지급 보험금 2465억원 중 소멸시효 비중 81% 차지
 
대법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생보사들은 소멸시효를 가지고 2차전에 돌입했다. 소멸시효란 청구 기간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금감원이 나섰다. 금감원은 대법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만큼 보험수익자가 재해사망보험금을 따로 청구하지 않았더라도 일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함께 청구한 것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생보사들은 자살보험금이 다른 보험금과 다른 특수한 경우라며 소멸시효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가 대법원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리면 경영진의 배임이 된다는 논리다. 
 
반면, 소멸시효와 배임을 주장하며 버티는 생보사와 다르게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모든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생보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배임의 문제에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한 이유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약관에 가입 후 2년이 지난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했고 이는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한,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도 이미 일반사망보험금을 청구했기 때문에 소멸시효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강력 반발…검찰 고발까지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 5일 한 시민사회단체가 삼성생명 등 생보사 14곳과 각 보험사 임원 및 대주주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자살보험금 고의 미지급을 통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다.
 
투기자본감시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해당 보험사들이 특약에 포함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누락하고 자신들의 수익으로 처리해 그동안 불법이득을 취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금융소비자들을 상대로 자행되고 있는 이런 횡령 행위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금융소비자연맹,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민변,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등 5개 시민단체는 지난 달 1일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생보사들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금감원 검사로 자살보험금 규모 1조로 증가 전망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룬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대한 현장검사를 시작하면서 애초 알려진 것보다 자살보험금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보험 계약만 금감원에 보고됐기 때문이다. 주계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보험 계약까지 포함하면 자살보험금 규모는 최고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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