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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르포)현대차 마련한 시청각장애인 영화관 '배리어프리' 가봤더니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화면 해설과 자막에 즐거운 표정 감출 수 없어

2016-08-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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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기영 기자] 현대자동차 연합동호회 ‘현대모터클럽’이 현대차와 함께 지난 27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분수대 광장에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관’이 열렸다. ‘배리어프리 영화’란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을 넣은 영화로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이날 행사는 햇살이 따가운 오후 2시부터 시작돼 밤늦게까지 꽉찬 일정으로 짜임새 있게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현대차의 차종별 동호회회원들이 봉사자로 나서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파란 조끼를 입은 현대모터클럽 동호회원들이 시청각장애인 가족당 1명이 매칭해 안내를 하면서 동물원과 놀이공원 등 관람을 보조했다. 보통은 가족들이 장애인 가족을 돌보느라 정작 본인은 눈을 뗄 수가 없는 반면 봉사자가 따라 붙은 이날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 동호회회원은 “눈이나 귀가 조금 불편할 뿐이지만 이들이 정작 혼자서 내지는 가족과 이런 놀이공원 한번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며 "이 행사에 참여하기 전에는 장애인이 얼마나 불편한 지 몰랐는데 직접 체험하면서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과 반나절도 안되는 시간을 보냈지만 봉사하는 즐거움이 어떤 것이지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관람을 즐기고 있을 때 다른 동호회원들은 서울대공원 분수대 광장에 ‘배리어프리 영화관’ 임시 영화권 마련을 위해 플라스틱 의자를 깔고 무대를 설치하는 등 분주히 땀흘리는 모습에는 긍지와 보람이 느껴졌다. 직접 이동식 스크린과 음향, 조명장치를 설치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해가 질 무렵 평소 잘 열리지 않는 드문 행사라 그런지 시청각장애인들과 가족들이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환한 표정으로 영화관에 두 세명씩 입장을 시작했다. 현대모터클럽 봉사자들이 직접 더빙을 하는 등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에도 직접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이번 현대모터클럽의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에는 동호회원뿐만 아니라 JYP 소속 연예인 수지가 음성 해설 더빙을 맡아 화제가 됐다. 행사에 참석한 시청각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현대차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구성한 미니카 놀이시설인 차카차카 놀이터를 체험하는 등 모처럼 즐거운 주말을 보내는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뿌듯하게 만들었다.  
 
장애인과 가족들, 현대모터스 동호회원 등이 즐겁게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박기영 기자
배리어프리 무빙시어터’ 행사에 참석한 시청각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배리어프리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차는 뜻 깊은 행사를 더욱 흥미있게 만들었다. ‘자동차’로 이날 영화 상영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한 것이다. 전력을 공급한 자동차는 현대차(005380)의 수소전기차 투싼이었다. 이 차는 영화 상영 내내 스크린 아래서 전력을 공급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투싼이 영화 스크린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박기영 기자
 
출출해질 시간인 오후 5시쯤 200여명의 가족들이 현대차가 마련한 도시락을 먹으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토로하는 등 연신 즐거운 모습이었다. 행사장 뒤편에는 시원한 탄산음료와 팝콘이 준비돼 마치 영화관에 온 듯한 착각을 줬다. 영화관처럼 긴 줄이 늘어선 모습에서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즐거움도 이들에게는 매우 귀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현대차의 세심한 배려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번 행사에는 여러 유명인도 참여해 행사를 빛냈다.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전 KBS 아나운서 이창훈이 진행을 맡아 행사를 진행했고 방송인 정상훈, 틴틴파이브 이동우가 행사에 참석했다. 또 배리어프리 영화 공식 홍보대사 배우 김정은, 배수빈, 이연희 등이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가 시작되자 좌석은 시청각장애인과 그 가족, 그리고 동호회원 등으로 가득 찼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시각장애인은 "이런 행사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시각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더빙 영화가 거의 없어 아쉬웠는데 뜻 깊은 행사를 마련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배리어프리 영화에는 장면의 상황설명이 자막과 해설로 제공된다. 사진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한 장면. 사진/박기영 기자
 
김주현 현대모터클럽 회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호회원들이 자기 재능과 봉사를 통해 몸이 조금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라며 “평소에 할 수 없었던 경험에 회원들도 즐거웠다. 영화에 내 목소리도 행인 1 역할로 나온다”라며 웃었다.
 
김 회장은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배리어프리 영화'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라며 "앞으로도 기회가 허락하는 한 활발한 봉사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 고객으로 구성된 연합동호회 ‘현대모터클럽’은 지난해 발족 이후 현대차와 함께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가 간이 영화관을 설치해 문화 혜택을 주는 ‘무빙 시어터’ 활동을 매달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모터클럽은 차종과 관계없이 현대차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만든 순수 동호회”라며 “현대차는 현대모터클럽에서 진행하는 이런 사회 공헌 활동들을 꾸준히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배리어프리 행사는 현대모터클럽이 운영하고 현대차, 문화체육관광부,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가 후원했다.
 
박기영 기자 parkgiyoung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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