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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천왕-서금회' 이어 '김승유-장하성-최종구' 고대라인 부활?

정권마다 특정인맥 부상 또 반복…"학맥의존·민관유착 폐단 우려"

2017-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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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서금회가 지고 고대라인이 다시 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계 인사를 지켜보는 세간에서는 이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권마다 특정 인맥들이 요직을 꿰차면서 금융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4대 천왕, 박근혜 정부 때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가 금융권을 쥐락펴락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한 경기고-고려대 출신들이 금융 실세로 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새 금융인맥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 실장을 중심으로 한 경기고, 고대 라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모두 장하성 실장과 경기고 동문이다. 장 실장은 경기고 68회다. 최 원장은 67회로 장 실장보다 1년 선배고 이 회장은 68회로 장 실장과 동기다. 장 실장은 인선 과정에서 이들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고 뿐만이 아니라 고대 인연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장 실장과 고려대 동문이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정책실장이 강력하게 추천을 했는데 함께 콤비를 이뤄서 잘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연결고리로 고대 출신 대표 금융인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인맥도 최근 부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금융권 실세로 통했던 김 전 회장은 최근 한국투자금융지주 고문으로 위촉되면서 금융권에 재등장했다. 금융권에서는 김 전 회장의 금융권 복귀가 장하성 정책실장과의 인연을 통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과 장 실장은 고려대 동문이다. 
 
그가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있던 시절 등용했던 인사들이 최근 금융권 수장직에 중용되는 것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인사가 최흥식 신임 금감원장이다. 최 원장은 지난 2010년 김 전 회장의 영입으로 하나금융연구원장과 지주사 사장을 역임해 이른바 '김승유 사단'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최근 BNK금융지주(138930) 회장으로 발탁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김 전 회장의 대표 측근 인사다. 김 전 회장은 BNK금융 회장에 도전하는 김 전 부회장에게 직접 추천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요직에 중용되면서 민관유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지난 정권과 친분이 두터웠다가 불미스러운 일들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이들이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금융권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김없이 특정 인맥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금융권 요직을 장악해왔다. 이명박정부는 출범 초기 노무현정부 때 임명된 금융공기업 기관장들에 대해 일괄 사표를 받은 뒤 대대적인 물갈이를 했었다.
 
이후 고려대 출신들이 요직을 꿰찼다. 이른바 금융권 4대 천왕 가운데 3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이었다. 실제로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은 MB정부 내내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주목을 받으며 금융권을 장악했다. 홍기택 전 산은 회장,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등이 대표적이다. 국책은행은 물론 민간 금융사까지 서강대 인맥들이 들어서면서 금융권에 서금회 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초기에는 대통령의 모교인 경남고, 경희대 출신 인사들이 기용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금융계 인사가 서서히 베일을 벗으면서 금융가에서는 '장하성 실장의 고려대 인맥이 실세'라는 말이 돌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학맥에 대한 관심은 새 정부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승유-장하성-최종구로 이어지는 고려대 출신 등 특정 인맥들이 끼리끼리 네트워크를 형성, 이전 정부가 보여준 폐단을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 "지난 정부 때 소외됐던 경기고, 고려대 출신들이 이번 정부 들어서 다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며 "풍문으로 들여왔던 얘기였는데 막상 인사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최종원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금융권 인사 과정에서 특정 학맥이나 민관 유착 등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연루된 인사의 폐단이 보인다"며 "금융권 인사적폐가 청산되지 않고서는 금융개혁의 새 틀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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