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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북 "미국 나와라", 남 "북한 나와라"…대화재개 놓고 벌어지는 남북의 '동상이몽'

2019-10-3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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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북한이 지난 23일 ‘금강산 내 남측시설을 싹 들어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공개한 이후 남과 북이 보이는 모습이 상반된다. 우리 측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희망을 놓지 않은 가운데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북한이 지난 25일 우리 측에 금강산 시설철거 관련 통지문을 보내 실무적인 문제들을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할 것을 요구하자 정부와 현대아산은 28일 실무회담 개최를 역제안했다. 어떻게든 대화의 장을 만들어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북한은 하루 만인 29일 통지문을 보내 “별도 실무회담을 가질 필요 없이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자”며 거절했다.
 
이와 관련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에 지난번(28일)과 같은 형식의 실무회담을 다시 제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기업의 재산권 보호 등의 문제는 남북 상호합의 원칙 하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말씀하신 방안까지 포함해 사업자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 대변인은 ‘대면접촉을 통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이 유효하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상호 합의를 위해서는 상호 협의가 필요하다”며 “협의를 위해서는 어떤 만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과의 대면접촉 필요성을 계속 드러낸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대응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조건에 따른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우선 정상화’에 합의했다. 다만 별다른 후속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이어지며 김 위원장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금강산 내 우리 측 시설 철거지시로 대남 강경기조를 드러낸 가운데 내년 신년사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금강산관광지구 시찰 소식을 보도하며 게재한 사진. 사진/뉴시스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대화재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지난 24일 담화에서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싶다"고 말한데 이어 27일에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면서 이해(올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난 충격이 어느정도 가신 4월 이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연말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북한이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북미대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고문과 김 부위원장의 입을 빌어 이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 중 김 위원장과의 신뢰관계가 여전히 좋다고 언급한 상황에서 미국 측의 추가반응이 언제쯤 나올지가 관건이다.
 
통일부가 지난 29일 공개한, 금강산관광지구 내 외금강호텔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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