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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뉴스리듬)누가 '트로트의 부활'을 불렀나

2019-12-03 15:59

조회수 : 1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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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앵커] 
송가인, 조명섭 등 트로트계에 '젊은피'들이 급속히 돌고 있습니다. 출연료도 기존 유명 가수들을 뛰어 넘는 등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최근 불어닥친 트로트 부활의 사회적 의미를 뉴스분석에서 전해드립니다. 뉴스토마토 대중문화예술부 가요부문 전문기자 유지훈 기자 나왔습니다.
 
※인터뷰의 저작권은 뉴스토마토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 기자, 2019년이 끝나가고 있는데요. 올 한 해 가요계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굵직한 트렌드 하나가 있지요. 전통가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상당히 높습니다.
 
가수 송가인씨. 사진/포켓돌 스튜디오
 
[기자]
 
네 맞습니다. 그 동안 트로트라는 장르는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해왔습니다. 노래를 만들고 지방행사를 주로 다니고, 노래 홍보를 위해 주부 노래교실에서 초대 강사로 활동하는 과정들은 분명 대중 가요와는 다른, 트로트만의 특별한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올 한 해에는 트로트 시장이 대중가요, 대중문화와 어우러졌습니다.
 
[앵커] 
 
장윤정이나 박현빈, 최근에는 홍진영 씨가 많은 방송에서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그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새로운 흐름이라고 하니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기자]
 
물론 그들은 지금까지 범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트로트 가수입니다. 하지만 어떤 트렌드를 제시했다기 보다는, 트로트 시장을 대표하는 얼굴로서, 예능적으로 소비됐을 뿐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새로운 트렌드라고 제가 말씀 드리는 이유는 올 한해 공식적으로 데뷔한 트로트 가수의 수입니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로 활동했던 노지훈을 비롯해 Mnet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출신 박하이, 엄소영, 예준이, 하유비, 김소유 등이 트로트 가수로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그들이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했다는 것입니다. 과거 트로트 가수들은 때때로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했는데요. 이렇게 짧은 주기로, 신인들이 대거 미디어 쇼케이스를 연달아 선보인 것은 처음입니다.
 
[앵커] 
 
가요계에 불어온 트로트 열풍, 갑자기 일어난 것은 아닐 텐데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가요?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시청율. 자료/닐슨코리아
 
[기자]
 
‘내일은 미스트롯’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을 한번쯤 보셨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일은 미스트롯’은 올해 초 방송됐던 TV조선 예능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한 차례 내리막도 없이 수직 상승했고 마지막 회는 18.1%를 기록했습니다. 
 
이미 수많은 지역 방송사에서 성인 가요 프로그램을 편성 중에 있었고, Mnet이 한 차례 ‘트로트 엑스’라는 프로그램으로 트로트의 대중화를 꾀했으나 대중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스트롯’은 대 성공을 거뒀고 트로트의 시장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앵커] 
 
보통 시청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프로그램이 성공했다고 말하진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뒀기에 시장성의 재고까지 있었던 건가요?
 
[기자]
 
우선 ‘미스트롯’은 음악 예능프로그램입니다. 음악 예능은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였던 음원을 발매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인기 출연자들을 한데 모아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수익 영역을 꾸준히 확대해왔습니다. 
 
‘미스트롯’ 역시 과정을 고스란히 따르며 막대한 수익을 거뒀습니다. 프로그램 투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던 출연자들을 모아 개최한 ‘미스트롯’의 브랜드 콘서트는 상반기에만 13만여 관객을 동원했고, 인기에 힘입어 미주 투어까지 다녀왔습니다. 하반기에는 ‘청춘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서울, 익산, 울산, 인천, 안양 등에서 다시 한번 투어를 돕니다. 보통 한 차례 투어로 끝났던 예능프로그램의 브랜드 콘서트가 이 정도까지 매진 행렬을 보여왔던 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미스트롯’ 상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나름의 팬덤을 보유한 출연자들은 자신들만의 팀을 꾸려 독자적으로 공연을 열고 있습니다. 이 공연들 또한 연달아 매진을 기록 중입니다.
 
'내일은 미스트롯' 공연 콘서트 현황. 자료/TV조선
 
[앵커] 
 
인기 있는 몇몇만 큰 수익을 거뒀던, 작을 거라고 예상했던 트로트 시장이 알고 보니 엄청난 시장성을 숨겨두고 있었다는 것이군요. 트로트 가수의 팬덤이 원래 이렇게 두터웠나요?
 
[기자]
 
콘서트 관람에만 머물렀던 중, 장년 층 팬덤은 최근 마치 10대들이 열광하는 아이돌 그룹의 팬덤과 비슷하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미스트롯’에서 1위를 기록했던 송가인 씨의 경우에는 아이돌처럼 이 팬덤을 겨냥해 굿즈를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소주잔, 돋보기 목걸이, 수저세트 등 대부분 중, 장년층을 위한 것들이었고 몇몇 물품은 품절돼 두터운 팬덤을 실감케 했습니다.
 
투표로 팬덤을 확인할 수 있는 몇몇 사이트들의 경우에는 송가인 씨가 5위권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인기 아이돌을 웃도는 수치라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사이트의 관계자는 “’미스트롯’ 종영 이후 트로트 팬들이 유입되고 있다. 기존 아이돌 팬들만큼이나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미스트롯’ 성공 이후 방송사들도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KNN을 비롯한 9개 민영방송은 ‘K트롯 서바이벌 골든마이크’라는, ‘미스트롯’과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tvN 예능프로그램 ‘플레이어’는 출연진과 기존 트로트 가수들이 콜라보 하는 ‘트로트 듀엣 가요제’를,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을 ‘유산슬’이라는 이름의 트로트 가수로 데뷔시켜 화제를 모았습니다. 방송가 역시 트로트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가요계를 들썩이게 한 트로트의 열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시나요?
 
[기자]
 
TV조선은 ‘미스트롯’의 인기를 이어 내년 1월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선보입니다. 남성 팬덤보다 여성 팬덤이 더 활성화되어 있었는데요, ‘미스터트롯’은 남자 출연자들이 경연을 펼치는 만큼 첫 시즌보다 더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트로트 가수를 비롯해,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 활동중인 뮤지션들도 출연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저 역시 내년이 올해보다 트로트의 인기가 더 뜨거울 것이라고 봅니다.
 
KBS '노래가 좋아' 기획 '트로트가 좋아' 최종 우승자 조명섭씨. 사진/유튜브 KBS Entertain 채널 캡처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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