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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단독)LG전자 건조기 '자발적 리콜'에 뿔난 소비자, 소송 카드 꺼낸다

"자발적 리콜? 말장난 불과"…2차 집단분쟁 조정도 병행

2019-1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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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LG전자의 의류 건조기 사태에 대한 '조삼모사'식 대응에 화가 난 소비자들이 소송에 나선다. 기존 10년 무상 수리 서비스와 표현만 다른 '자발적 리콜' 발표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LG 건조기 피해자 모임으로는 국내 가장 많은 회원 2만9000여명을 보유한 네이버 밴드 'LG 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관계자는 22일 "자발적 리콜이라고 해서 결함을 인정하는 줄 알았는데 10년 무상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전 내용과 다를 바 없는 말장난"이라며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피해구제 신청 절차가 마무리되면 민사 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임은 곧바로 2차 집단 분쟁 조정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소비자원이 이번 건을 하나의 사안으로 보지 않아 피해 종류에 따라 피해구제를 신청할 방침이다. 일괄적으로 서류를 내는 만큼 2차 집단 분쟁 조정으로 가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소송 소비자 50명 이상이 같은 제품·서비스에 유사한 피해를 받았을 경우 소비자분쟁조정위에서 일괄적으로 분쟁을 조정하는 집단분쟁조정 제도가 운영 중이다.
 
LG전자 의류건조기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소비자들이 민사 소송 청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진은 LG전자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사진/LG전자
 
개별 피해 구제를 거쳐 2차 집단 분쟁 조정을 신청할 소비자는 600~700명, 1·2차로 나눠 진행할 민사 소송 청구 인원은 1000명을 넘길 전망이다. 이미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구한 'LG 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은 내년에 2차 집단 분쟁 조정과 민사 소송을 병행한다.
 
이 관계자는 "소액 사건이라 승소해도 받을 수 있는 위자료가 적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많은 소비자가 피해를 본 가습기살균제·BMW·대진침대 사건 등도 처음에는 이슈화됐다가 소송에 들어간 뒤 그대로 잊힌 것과 달리 계속 주목받을 수 있게 조정과 소송을 함께해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업계도 LG전자의 자발적 리콜 조치가 처음 내놓은 10년 무상 수리 서비스처럼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무상서비스는 고객이 LG전자에 연락하고 자발적 리콜은 LG전자가 고객에게 먼저 연락한다는 것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개념이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환불이나 교환 같은 확실한 대책을 원하는데 무상서비스나 자발적 리콜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못 미치고 마음을 돌리기도 힘든 조치"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여러 개로 나눠진 모임을 연대해 함께 공동소송을 벌이는 것도 검토 중이다. 다른 건조기 피해자 1400여명 모임 네이버 밴드 'LG 건조기 소비자 피해'를 운영하는 성승환 변호사는 "자발적 리콜이 10년 무상 수리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소송하자는 모임 내 소비자들이 많다. 다른 모임에서 법률적인 질의가 들어오는 데 서로 힘을 합치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성 변호사는 조만간 LG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방침이다.
 
 
건조기 소비자들이 LG전자의 '자발적 리콜'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밴드 'LG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갈무리
 
소송의 관건은 소비자들이 LG전자의 기술적 하자를 법정에서 입증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인 백주선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승소하기 위해서는 LG전자의 기술적 하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밝혀야 하는 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길고 복잡한 소송 과정을 거쳐야 해 일부 소비자는 지칠 수도 있다"면서도 "민사소송법상 재판에서 정상 제품군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교하고 전문가 감정 등을 받을 수 있어 까다롭지만, 입증 가능성은 충분해 소비자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백 변호사는 "LG전자의 자발적 리콜은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하는 게 아니라 회피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소송 이전에 책임을 인정하면 이후 이어질 소송에서 당연히 소비자에게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으려면 오랜 시일을 견뎌야 하는 현 시스템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건조기 소비자 247명은 지난 7월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에 1차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다음 달 LG전자는 소비자원 시정 권고에 따라 2016년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판매한 건조기 145만대에 대해 10년 무상보증과 무상서비스를 결정했다. 하지만 공장에 건조기를 입고해야 하고 제품을 완전히 분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라는 불만이 커졌다. 이에 LG전자는 지난 18일 소비자 247명에게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소비자원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는 대신 "의류 건조기의 결함이나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고객에 대한 진정성 있는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며 무상서비스를 자발적 리콜로 전면 확대한다고 밝혔다.
 
 
LG전자 의류건조기 소비자들이 지난 20일 공동 소송에 동참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 네이버 밴드 'LG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갈무리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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