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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투자처 못찾은 돈 정기예금에 몰린다

1월 기준 잔액 647조원 넘어…저금리 장기화에도 '안전투자' 선호

2020-02-2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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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저금리가 고착화 하는 가운데서도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잔액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안전 투자 성향이 지배적인데다 경제적 약자 계층을 중심으로 마땅한 대체 투자처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월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47조3449억원으로 전월(646조810억원) 대비 1조2639억원 늘었다. 지난해 1월(605조5474억원)에 비해서는 40조원 넘게 증가한 수치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두 차례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 등의 여파로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이율도 계속 낮아지는 중이다. 급기야 12개월 만기 기준 연이율 0%대 기본금리를 제공하는 곳들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실화 한 경기하방을 막기 위해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 소비자들이 마땅한 대체제를 찾지 못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에 부동자금 자체가 많은 가운데 아무리 저금리라고 할지라도 부동산이나 증시 등 이른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어려우니 결국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에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기존 'KEB하나은행'에서 브랜드 명칭을 변경한 기념으로 지난 3~5일 한정 판매한 '하나 더적금' 가입자가 폭주한 것이 그 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사흘 간 가입계좌 수는 136만7000좌를 기록했으며 초회 납입액은 3788억원이었다. 최고 연 5.01%의 금리를 제공한다고 해도 가입기간이 1년이고, 최대 불입금액도 월 30만원임을 감안하면 고객들이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최대 8만6000원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몰려든 건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서민층 등 경제적 약자 대상 금융서비스 접근이 제약되는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가들은 일선 행원들보다 부동산이나 파생상품 관련 지식이 많기도 하고,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결국 정기예금 말고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라임 사태 등으로 금융권 투자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라는 평가다.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예적금 관련 상담이 이뤄지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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