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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인터뷰) 박성일 음악감독의 ‘이태원 클라쓰’ OST 코멘터리

“방탄소년단 뷔 참여, 성사될 줄 몰랐죠”

2020-03-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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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OST가 음원 차트를 강타했다.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호의 시작을 비롯해 김필 그때 그 아인’, 윤미래 ‘Say’, 하현우 돌덩이OST 다수를 차트 100위권에 랭크 시키며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러브라인이 주가 되지 않는 작품임에도 OST가 차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는 점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태원 클라쓰’ OST는 그저 유명 가수가 가창한 노래가 아닌,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BGM이자 테마곡으로 읽혔다. 밤잠을 설치며 복수심과 공함을 오가는 박새로이(박서준 분), 사랑을 마주하고 감정을 알아가게 되는 조이서(김다미 분), 사랑과 성공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오수아(권나라 분), 장근수(김동희 분)·최승권(류경수 분)·마현이(이주영 분) 등 개성 만점 단밤 멤버들은 OST와 하나가 되어 눈부신 열연을 펼쳤다.
 
OST를 맡은 박성일 음악감독은 이태원 클라쓰를 더욱 돋보이게 할 노래들 탄생시기 위해 7개월이라는 긴 기간 작업에 몰두했다. 이태원이라는 배경에 구애 받지 않고 당찬 에너지를 표한 할 록 장르에 초점을 맞췄으며 손디아, 김필, 하현우, 윤미래, 크러쉬와 같은 기존 OST 강자들과 더불어 데뷔 후 첫 OST에 도전한 뷔, 가호, 이찬솔, 김우성, 데이먼 등 시청자들이 새롭다고 느낄 수 있는 목소리들도 과감하게 선택했다. 드라마는 막을 내리지만 OST는 그 여운을 더한다. 박성일 음악감독의 OST 코멘터리와 함께 이태원 클라쓰의 명장면들을 곱씹어보길.
 
Part 1 - 이찬솔 ‘Still Fighting It’
 
미국 싱어송라이터인 벤 폴즈(Ben Folds)의 노래가 원곡이에요. 감독님이 드라마 준비 단계부터 이 음악을 생각하고 계셨어요.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하는 내용의 노래에요. 첫 번째 OST를 공개하는 데 있어서 이 노래를 리메이크 해서 발매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1, 2부에서 손현주 선배가 주인공 급으로 나와요. 시청자들은 젊은 아이들의 치기 어린 이야기를 기대했을 거예요. 이 작품의 정서가 확정되기 전인데 아버지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엄청난 깊이를 보여주죠. 아버지에 대한 노래를 첫 OST로 발매하는 편이 조금 더 몰입에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신 원곡이 우리가 원하는 정서가 아니라서 편곡에 많이 힘썼어요.”
 
Part 2 - 가호 시작
 
“1위를 할 거란 건 생각지도 못했어요. 감독님이 메인 테마이자 밝고 힘이 나는 노래라고 표현해주셨어요. 만약 가수를 위해 쓴 노래라면 후렴에 !’라고 소리치는 부분을 없앴을 거에요. 록 음악 하는 뮤지션이 무대 위에 멋진 액세서리를 하고 나와서 !’ 외치면 사람들은 ? 뭐야?’ 할거에요. 하지만 영상에 삽입되는 거니까 허용될 거라고 판단했어요. 새로이와 단밤 아이들의 새로운 출발에 이 노래가 있을 거니까, 그 과정과 묻을 때는 엄청난 도움이 될 거라고 봤어요. 이 노래 작업 당시 놀러 왔던 모든 분들이 녹음실에 들어가서 !’를 녹음했어요(웃음). 20명에 가까운 사람이 와서 각자 수십 번 더빙했죠.”
 
가호는 아마 시간작업할 때 처음으로 함께 했을 거에요. OST 가창자를 섭외하는 데 있어서 영상에 적합한 목소리, 개성은 있지만 엄청난 특성은 없는 목소리라는 측면으로 봤을 때 딱 맞는 분이었어요. 그럼에도 요즘 아이 같은 창법을 가진, 그 친구가 엄청 어려요. 정말 좋은 컨디션의 뮤지션이었어요. 가창자 고민을 하기도 전에 의견이 이건 가호 시키자로 통일됐어요.”
 
Part 3 - 하현우 돌덩이
 
하현우 씨 섭외 전에는 멜로디가 이렇지 않았어요. 고조 되다가 내려가는 멜로디였죠. 하현우 씨가 어울릴 것 같았는데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곡 선택이 정말 신중하시다고 하더라고요. 섭외가 어려울 것 같아서 모두가 부를 수 있는 일반적인 키의 노래로 만들었는데, 하현우 씨가 부르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잠시만요하고 후렴 멜로디를 바꿨어요. 음악 하는 후배가 곡을 이렇게 써왔으면 저는 꿀밤을 때렸을 거에요. 이건 사람이 못 불러요(웃음). 하현우 씨니까 가능한 노래에요.”
 
작가님이 드라마에 나오는 나는 다이아라는 시로 곡이 만들어지길 원하셨어요. 저는 락 기반에 요즘 유행하는 알앤비 요소의 리듬을 접목시켰어요. 대신 가사 원 소스 자체가 어감이 세니까 주제만 살리고 우리 쪽 작사가 분이 그 글을 노랫말로 개작을 했어요. 웹툰 원작자님 의견과 합쳐져서 만들어진 거죠.”
 
Part 4 – 손디아 우리의 밤
 
손디아는 우리와 인연이 깊어요. 그 친구 데뷔가 나의 아저씨어른이니까요. 그 때도 우여곡절 끝에 작업을 마쳤는데 반응이 참 좋았어요. 그 친구는 아직도 저희와 작업할 때 멜로디 초벌단계부터 함께해요. ‘우리 밤도 작업하고 나니 이 친구가 직접 가창한 버전으로 발매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손디아보다 이 노래를 잘 소화해줄 친구는 없었어요.”
 
Part 5 – 김우성 ‘You Make Me Back’
 
“‘우리 드라마에 사랑은 없다. 사이다뿐이다가 감독님이 요구했던 거였어요. 모든 트랙을 들어 보시면 러브 테마 두 곡을 빼면 다 사이다에요. 진중하게 나가다가도 갑자기 하고 터지는 구석이 필요했어요. ‘You Make Me Back’이 그런 노래에요. 포크와 록을 기반으로 뒀고, 일반적인 리듬이 아니라 알앤비와 팝을 섞었어요.”
 
Part 6 – 김필 그때 그 아인
 
이 노래는 가창자가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김필 씨는 다른 OST 가창 성사 단계였다고 들었어요. 저희는 김필 씨에게 이 노래 가창을 간곡하게 부탁했고 김필 씨는 이 노래를 듣고 흔쾌히 결정해주셨어요. 김필 씨는 정말 영혼을 갈아 넣어서 불러주셨어요. 녹음할 때 그분은 이미 곡의 해석을 끝낸 상태였어요. 멜로디를 외워서 부르는 게 아니라 본인만의 해석과 계산을 마친 상태요. 저보다 더 완벽하게 곡을 해석해두셨기 때문에 요구할 게 전혀 없었어요.”
 
Part 7 – 손디아 우린 친구뿐일까’, 박성일·Fraktal ‘Defense’
 
조이서와 관련된 트랙은 무조건 세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첫째는 새로이를 향한 사랑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어린 조이서, 둘째는 그 사랑을 확신하는 조이서. 그리고 중간중간 조이서라는 통통 튀는 캐릭터를 설명할 음악.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키스 신을 손으로 막는 캐릭터는 아마 조이서가 처음이지 않을까요(웃음)? 그런 서프라이즈를 단순히 코믹적으로 풀지 않고, 조이서만의 사이다 감성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스코어곡을 썼고 그게 ‘Defence’였어요.”
 
의도적으로 수아의 테마 우린 친구뿐일까랑 같이 발매했어요. 수아의 아련한 첫 사랑을 푼 우린 친구일뿐일까와 그 사랑을 막아서는 조이서의 ‘Defence’를 같이 발매하면 재미 있을 거라고 판단했고, 그게 통했어요. 팬들은 두 트랙을 같이 발매한 저희의 의도를 알아봐주셨어요. 정말 뿌듯했죠.”
 
Part 8 – 윤미래 ‘Say’
 
방금 말씀 드린 사랑을 확인한 조이서에 대한 노래에요. 초반 소시오패스라는 설정이 있었지만, 이 노래를 발매할 시기의 시청자들은 이미 조이서의 감정을 충분히 알게 됐을 거에요. 그래서 튀지 않게 익숙한 장르로 접근했고 노랫말도 조이서의 마음에 빗대서 써봤어요.”
 
Part 9 – 베리베리 ‘With Us’
 
단밤 멤버들이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영상에 삽입할, 단밤 테마곡이 될 예정이었어요. 아쉽게도 드라마와 잘 붙지 않아서 13부에 한 번 들어갔어요.”
 
Part 10 – 더 베인 직진
 
정서적으로는 돌덩이와 결이 같고, 태생도 같아요. 원래라면 결과 정서가 같은 노래 두 곡을 발매하진 않았을 거에요. 감정이 중복되니까요. 하지만 돌덩이는 드라마에 있어 중요한 시고, 주는 메시지가 강렬했어요. 장회장에게 맞서는 새로이 캐릭터를 조금 더 중화적으로 풀고 싶어서 나온 게 직진이에요.”
 
Part 11 – 크러쉬 어떤 말도
 
근수의 테마로 쓰려고 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이 노래에 붙는 신이 없었어요. ‘With Us’와 더불어 아쉬운 마음이 드는 트랙이에요.”
 
Part 12 – 뷔 ‘Sweet Night’
 
뷔가 OST에 참여하다니, 정말 대박이지 않나요(웃음). 박서준 씨와의 친분 때문에 시작된 건 맞아요. 두 분이 정말 절친인데, 감독님도 뷔의 OST 참여와 관련된 이야기를 박서준 씨에게 들었을 때 에이 그게 어떻게 성사 되겠어하고 말았대요. 정말 이뤄지기 힘든 거니까요. 제 대답은 왜 안돼요 감독님이었어요. 새로이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조이서와 이야기를 하는 신이 많았는데 거기에 넣을 음악이 필요했어요. 그걸 말씀 드렸더니 흔쾌히 딱 맞는 노래를 가져와주셨어요.”
 
Part 13 – 데이먼 ‘Brand New Way’ 
 
쉽게 말하면 돌덩이의 영어 버전이에요. ‘돌덩이를 모니터 해주셨던 몇몇 분들의 의견 중에 하나가 너무 만화 음악 같다였어요. 저는 가사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적나라하니까요. 작품 콘셉트에는 맞긴 한데 영상과 붙으면 노래가 너무 강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미리 영어 버전을 준비했고 아니나 다를까 정말 그런 부분들이 생겨서 이 버전을 주로 사용했어요.”
 
코멘터리를 마치며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것 같은데 토니는 원래 뮤지션이에요. 가수가 아니라 작곡가요. 기타도 노래도 모두 잘 되는 사람이에요. 아마 발매되는 앨범 피지컬 버전에 이 친구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가 들어갈 거예요. 그 노래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금까지 이태원 클라쓰이태원 클라쓰’ OST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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