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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운행 대기시간 중 업무·휴식 병행…대법 "근로시간 아니다"

"회사가 지휘·감독했다고 볼 자료 없어"…원심 파기 환송

2021-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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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버스 운전기사가 운행 대기 시간 동안 청소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휴식을 취했다면 이를 근로 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운수업체 A사 전·현직 운전기사 6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 시간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들의 초과근로시간을 산정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근로 시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사 운전기사 B씨 등 6명은 버스 운행 시간에 1일당 20분의 운행 준비와 정리 시간, 대기 시간, 가스충전 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월 단위로 계산한 근로 시간이 임금협정에서 정한 약정 근무 시간을 초과했으므로 이에 대한 초과 근로수당을 지급하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버스 운행 시간과 가스충전 시간은 양측 모두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A사는 "운행 준비와 정리 시간 중 청소, 차량 내·외부 점검, 차량 내 유실물 확인 등은 근로자들이 하지 않고, 회사가 지시한 적이 없다"며 "대기 시간은 배차기준표에 의해 고정된 휴식 시간으로서 근로자들이 회사의 지휘·감독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므로 근로 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B씨 등의 청구를 받아들여 A사가 각각 164만~667만원 등 총 252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고들이 버스 운행을 마친 후 다음 운행 전까지 대기하는 시간에는 근로 시간에 해당하지 않는 시간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하므로 이 사건 대기 시간 전부가 근로 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고가 소속된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과 원고들이 소속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1일 근로 시간을 기본근로 8시간에 연장근로 1시간을 더한 9시간으로 합의했는데, 이는 당시 1일 단위 평균 버스 운행 시간 8시간 외에 이 사건 대기 시간 중 일부가 근로 시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원고들은 대기 시간 동안 청소, 검차, 세차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으므로 대기 시간 전부가 근로 시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이 임금협정을 통해 근로 시간에 이미 반영된 시간을 초과해 이 같은 업무를 했는지,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 동안 이 같은 업무를 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대기 시간 내내 원고들에게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는 등 구체적으로 원고들을 지휘·감독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면서 "오히려 원고들은 대기 시간 동안 식사를 하거나 이용이 자유로운 별도의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했고, 종래 피고 소속 버스 운전기사들은 대기 시간을 휴게 시간이라고 불러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로 사정 등으로 배차 시각을 변경해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피고가 소속 버스 운전기사들의 대기 시간 활용에 대해 간섭하거나 감독할 업무상 필요성은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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