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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영상)탄소 배출 줄이려다…고철 가격, 1년 새 2배 껑충

톤당 56만원…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

2021-10-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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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부가 탄소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철강업계 전기로 설비를 늘리면서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철스크랩은 사용한 후 버린 폐철로, 전기로의 주원료다. 한정된 철스크랩 자원을 여러 철강·제강들이 나눠야 하는 상황이 되자 덩치가 작은 업체들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달 철스크랩 가격은 톤(t)당 56만원 선으로, 지난해 말 31만원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철스크랩 가격이 고공행진했던 2008년 67만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올해 들어 철스크랩 가격은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톤당 20만~40만원 사이를 오갔던 가격은 3월 들어 40만원을 넘어섰고, 7월에는 50만원 이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 추세라면 곧 60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철광석과 석탄을 이용해 쇳물을 만들어 강재를 생산하는 고로 조업과 달리 전기로는 이 철스크랩을 다시 녹여 제품을 생산한다. 원료로 고철을 재활용하는 데다,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쓰기 때문에 전기로는 고로 조업보다 친환경적이다. 탄소 배출량 또한 고로의 25% 수준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고로 대신 전기로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18일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통해 신·증설하는 설비 300만톤을 고로 대신 전기로로 대체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고로사인 포스코(005490)현대제철(004020)도 전기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 6월 철스크랩 사용 비중을 기존 15%에서 18~19%까지 상향 조정했다. 구매량은 지난 4월까지 9만~10만톤 수준을 유지했으나 5월부터 18만~20만톤으로 확대했다. 전기로 장비 비중 또한 기존 15%에서 2025년 30%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재활용을 통해 발생하는 철스크랩 특성상 공급이 넉넉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철스크랩 100% 자급자족이 어려워 부족한 물량을 미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도 수입하고 있다.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은 8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 외곽의 한 쓰레기장 쓰레기 더미에서 고물상들이 고철을 모으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철스크랩 수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지난 2월 전기로 생산 비중은 13%에서 20% 확대하면서 고철 수입을 늘리는 추세다. 일본 제철소들 또한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전기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철스크랩 공급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유라시아경제연합은 지난 6월 6개월간 수출을 금지하라는 법안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최근 철스크랩 수출 관세를 45유로에서 70유로까지 인상했다.
 
이처럼 자급과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격적인 철스크랩 확보에 나서면서 전기로 조업이 주력인 중견 이하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로의 경우 대규모 장비와 이를 놓을 공간이 필요해 덩치가 큰 철강사들이 주로 활용하고, 전기로는 비교적 적은 초기 투자비가 들어 중견 이하 제강사들이 선택한다.
 
국내 제강사 한 관계자는 "철스크랩 가격이 치솟으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사재기하거나 매점매석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며 "철스크랩 장비 도입을 늘려 탄소 중립으로 가는 과정이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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