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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지하철 멈추는 장애인들①)"장애인도 지하철 탈 권리 있다"

"이동권 보장" 촉구하며 석달째 출근길 시위

2022-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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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장애인들의 시위가 계속되면서 출근길 지하철 운행이 하루가 멀다 하고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착용과 승객 밀집으로 아침부터 지치는 시민들로서는 짜증이 나는 일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시위를 탓할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21년째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 장애인들 주장이다. <뉴스토마토>가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해법을 모색해봤다.(편집자주)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또 지하철을 점거했다. 지난 21일 월요일 전국장예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출근길에 이어 퇴근길에도 지하철 시위에 나섰다. 출퇴근 연이어 시위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이날 이들은 서울역 공항철도역에서 출발해 디지털미디어시티역으로 향한다고 했다. MBC에서 열리는 대선후보토론회를 겨냥한 행보였다. 
 
타고 내리기만 해도 ‘열차 운행 지연’
 
열차 내 방송에서는 끊임없이 “장애인 시위로 인해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방송이 흘렀다. 시위는 장애인들과 활동가들이 스피커를 틀고, 구호를 외치고, 지하철에 올라 끝에서 끝까지 그저 지나가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8대의 전동휠체어가 지하철 열차 내로 진입할 때 출입문이 닫히는 시간이 늦춰진 게 문제였다.
 
지하철에 빽빽하게 들어찬 시민들을 비집고 다니는 것도 일이었다. 전동휠체어 크기 탓에 열차 내에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열차 내 승객들은 이들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도대체 언제 끝나냐”와 같은 불만 섞인 말을 내뱉기도 했다. 장애인이 없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불편을 겪고 있다는 눈치였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뇌병변 1급 장애인인 박지호 활동가는 “’집에만 있지 왜 밖에 나오느냐’와 같은 말을 들을 때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박 활동가는 "가만히 있으면 문제될 게 없으니 자꾸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만 장애인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회 구성원"이라며 "서울시와 정부가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전까지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전장연은 서울시와 정부가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예산을 편성할 것, 대선 후보들도 이러한 예산 편성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좌)와 유진우 활동가(우)가 21일 서울 서울역 승강장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장애인 관련 공약을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조승진 기자
 
21일 기자와 만난 하반신 장애인 김진석씨는 "나는 그나마 다니기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요 출퇴근 경로인 발산역과 양평역은 승강장 내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해서 비장애인들처럼 이동이 원활한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지만 역사 엘리베이터가 수동 휠체어를 기준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전동휠체어 한 대만 타도 엘리베이터는 꽉 들어찼다. 기자와 만난 이날도 김씨는 노인, 임산부 등 다른 이용객들이 있으면 뒤로 물러서 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사람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뒤로 물러서게 된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고장…코앞에서 되돌아가
 
엘리베이터가 고장났을 때 뾰족한 대안이 없는 점도 문제다. 이럴 때면 코앞까지 왔다가 다른 정거장을 향해 되돌아가야 했다. 목적지와 멀어지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김씨는 “5호선 까치산역의 경우에는 아예 엘리베이터가 없어 갈 수가 없다”며 "그쪽에 볼일이 있으면 근처 다른 역에서 내려서 간다"고 했다.
 
김씨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도 언급했다. 그는 “반대편 김포공항으로 가는 구간만 하더라도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이 넓어 바퀴가 빠질 수 있다”며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퀴가 빠지게 되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빠져나오기 어려울뿐더러 넘어져 크게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1호선과 2호선이 특히 간격이 넓다고 지적했다.
 
그가 여러 불편함에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까닭은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장애인 콜텍시의 경우 보통 1시간30분정도 기다려야 하고, 버스는 아예 타기 힘들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0년 기준 전국 시내버스 3만5445대 중 저상버스는 9840대로 27.8% 수준이다.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버스 10대 중 7대는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장애인콜택시 평균대기 시간은 지난 2021년 기준 26.5분으로 다소 짧게 집계됐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출퇴근 등 주로 이용하는 시간의 장애인 콜택시 대기 시간은 평균 1시간~1시간30분으로 실질적인 이용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21일 김진석씨가 지하철 역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는 모습. 그는 노인, 임산부 등 다른 이용객들이 있으면 뒤로 물러서 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사진/조승진 기자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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