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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누구나 이해하는 ‘Easy-Read' 판결문, 최초 등장!

2022-12-26 21:49

조회수 :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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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말은 "원고가 졌습니다"는 뜻입니다. 법률용어는 일상 용어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판결문을 처음 본 대다수 사람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말과 글로 먹고사는 기자들도, 처음 법원 판결문을 받아보면 외계어 같이 느껴져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을 위해 법률 용어를 해석한 책을 대법원이 발간하기도 했죠.
 
언어 능력이 낮은 장애인들의 경우 판결문을 이해하는 일은 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위 '이지리드(easy-read)'라 불리는 판결문이 나왔습니다.
 
이지 리드 방식은 단문과 동사 위주의 쉬운 문장과 그림 등을 사용해 문해력이 낮은 장애인이 해당 문서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것을 말합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강우찬 판사는 청각장애인인 A씨가 낸 소송에서 A씨가 납득할 만한 판결문을 작성하기 위해 '이지리드'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A씨가 법원에 탄원서를 내 "알기 쉬운 용어로 판결문을 써 달라"고 요청하자, 강우찬 판사는 "당연한 권리"라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언론에 공개된 판결문 일부를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그림을 첨부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하는 ‘이지 리드(Easy-Read)’ 판결문 일부. (사진=법원)
 
 
앞에서도 언급했듯, A씨는 이번 소송에서 졌습니다. 하지만 이같이 이해하기 쉽게 쓰인 판결문이라면 그도 결과를 납득하지 않았을까요?
 
지난 9월 유엔 장애인 권리위원회(UNCRPD)도 대한민국 정부에 “장애인의 사법 접근을 완전히 방해하는 제약이 존재하는 것을 우려한다”며 “점자, 수화, 이지 리드 등 법적 절차 전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강 수단을 개발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3개월 뒤, 대한민국에서도 최초로 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위한 판결문이 나왔습니다. 나름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이제야 사회 약자를 배려한 판결문이 나온 것이 다소 아쉽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은 너무나 당연해서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사법부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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