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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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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에 취한 의사들

2024-07-23 09:34

조회수 : 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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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귀에 꽂히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바이탈 뽕"입니다.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용어인 바이탈(vital)은 활력징후를 뜻하는 말인데요. 환자의 호흡, 맥박, 체온, 의식정도, 혈압 등을 의미합니다. '바이탈을 잡는다'라고 하면 환자의 활력징후를 확인한다는 뜻입니다. 
 
병원, 특히 대학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생명을 뜻하는 바이탈에 관심을 두고 환자를 돌보는 데 매력을 느껴 중증환자를 돌보는 응급실 근무를 택한다고 합니다. 즉 '바이탈 뽕'이란 말은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데서 오는 희열, 성취에 대한 열망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다할 때 느끼는 자부심을 담은 표현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바이탈 뽕'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힌 이유는 예전에 한 의사 지인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의사들 몇몇이 모인 자리에서 한 지인은 "외래 진료가 너무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비의료인인 기자 눈에는 종합병원에서 장시간 수술을 하는 것과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는 것 중 당연히 장시간 수술이 힘들 것 같거든요. 지인은 "외래와 수술 중 하나를 택하라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망설임없이 수술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한 얘기 또 하는 어르신부터 동문서답하는 환자까지. 사람이랑 대화하느니 '집도'가 훨씬 낫다는 설명입니다. 
 
의학 윤리를 담은 히포크라테스 선서까지 굳이 가지 않더라도 의사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회복시키는 일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정작 사람을 상대하기 싫다는 의사 지인의 발언이 당시 저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유입니다. 
 
의사들의 단체행동으로 의료공백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 사이 아기 유산, 수술 지연 등 환자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데요. 의사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파업을 강행하고 있지만 인간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의사들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능력이야말로 의사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자 덕목이 아닐까요. '뽕에 취한 의사들'이 하루빨리 의료현장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수술실(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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