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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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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빈 수레

2024-08-20 06:00

조회수 :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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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근 접한 이슈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경기 부천 정신병원에서 다이어트 약물 중독 치료를 받던 30대 여성 환자가 사망한 사건입니다. 부풀어 오른 배, 묶인 손발. 죽어가는 환자의 모습이 담긴 CCTV는 충격 그 자체여서 잘 때조차 잔상이 아른거릴 정도였는데요. '개죽음'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다이어트 약물 중독은 별것도 아닙니다. 나비약으로 불리는 디에타민은 가까운 의원만 방문해도 손쉽게 처방받을 수 있어 젊은 여성들이 쉽게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에도 여름 휴가철이 되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지인들이 꽤 있었거든요. 대학 동기 모임에 가기 위해 5일 정도만 바짝 복용한다는 지인도 있었던 걸 보면 효과가 꽤 있던 것 같습니다. 
 
다만 향정신성 약물의 특성상 호르몬 내성이 생겨 기존보다 더 높은 용량을 복용해야 효과를 보게 됩니다. 한마디로 중독상태에 빠지게 되는 건데요. 그런 약을 의사들이 쉽게 처방해 놓고 중독이라며 치료 프로그램을 권하는 상술이라니. 병 주고, 약 주고.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크게 회자된 이유는 해당 정신병원 원장의 유명세 때문입니다. 양재웅 원장은 형제가 정신과 전문의 이력을 갖고 있어 함께 '양브로의 정신세계'라는 유명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가끔 즐겨보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TV에 너무 많이 얼굴을 비추는 의료인의 경우 '쇼닥터'라는 부정적인 타이틀이 붙게 마련입니다. 방송에 업장 홍보용으로 출연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데요. 어떤 유명 의료인은 쇼닥터 활동을 과하게 한 탓에 해당 전문직 협회로부터 회원 자격이 정지된 상태였는데요. 이 때문에 가명으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정말 흰 가운을 입은 광대가 따로 없었습니다.
 
쇼닥터라 그런 걸까요. 이 의료인을 겨울에 길에서 목격했다는 한 지인에 따르면 바닥까지 끌리는 치렁치렁한 밍크코트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정체불명의 여성들을 양옆에 대동해서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 LA에서 젊은 여성 두 명을 양쪽에 끼고 동행한 모습을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TV에 많이 출연한 의료인은 쇼닥터로 분류되는데 신기하게도 유튜브에서 개인 채널을 운영하는 그 많은 의료인들에게는 쇼닥터라는 딱지가 그닥 붙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유튜브라는 플랫폼이야말로 조회수가 곧 돈인 만큼 개인이 작정하고 만드는 상업용 채널인데도 말이죠.
 
유튜브 개인 채널은 더 전문적이라는 원인 모를 선입견 때문일까요. 수많은 구독자들에게 한 병원 홍보에 속아 양재웅의 병원 방문을 권유했던 한 어머니는 멀쩡했던 딸을 잃고 말았습니다.  
 
방송이든 유튜브든 얼굴에 분칠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시간이 길수록 환자 진료에 투자하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본업에 충실하지 않은 의사들이 명의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건이 몇 개밖에 안 들어있는 빈 수레일수록 덜컹덜컹 크게 소리가 납니다. 머리에 든 지식이 많지 않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더 아는 체하고 크게 떠들겠지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지난 5월 27일 새벽 부천 한 정신병원에서 강박 조처되는 환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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