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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유언비어와 개연성, 그 사이 어디쯤

2022-11-07 06:00

조회수 : 7,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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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 들어 유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믿기 어려운 무속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통령 부부의 행보를 설명하려다가 ‘합리적이고 납득가능한 설명’을 포기할 때 쯤, ‘천공의 조언’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는데, 그러면 갑자기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개연성 있는 설명이 되어 버리고, ‘어디 어디 무속에서는 그렇게 하는 거래’라는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되어버리기도 한다. 
 
이태원 참사로 국민들이 모두 슬픔에 빠져있는 요즘, 대통령이 매일 매일 분향소를 찾아가는 것도 상당히 이상한 일이어서 ‘도대체 대통령은 왜 위패도 영정 사진도 없는 분향소에 매일 매일 간대?’라고 물을라치면, 대통령의 스승 천공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새벽에 일어나면 애도부터 해야" 라고 발언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그 말에 따라 '분향소로 출근'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그럴듯한 설명이 붙었다.
 
실제 천공은 지난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jungbub2013'에 올린 정법강의 12641강 '이태원 참사'에서 "국가 애도는 어떻게 하는 거냐(면) 새벽에 일어나면 세안하고 제일 먼저 딴거 하기 전에 애도부터 해야 돼", "온 국민이 이런 애도를 시작해야 돼요. 모든 조직과 종교 단체와 이 나라의 모든 국민들은 지금 애도 해야 됩니다"라고 말했는데, 정말 대통령이 그 말대로 매일 매일 과한 애도를 하고 있다는 거다.
 
대통령만 가는 것도 아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오전 9시경 서울광장에 있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 안상훈 사회수석비서관 등 대통령 참모진이 함께 모여 동행하곤 한다. 
 
특히 아직까지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았었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천공이 대통령에게 6일쯤 직접 육성으로 사과를 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또, 지난 10월 30일 갑자기 행안부에서는 국가 애도기간동안 전국 공무원들에게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달라고 권고하면서, ‘근조’라는 한자가 보이지 않도록 리본을 뒤집어달라는 지침을 내렸다. 다른 지자체도 기존에 사용하던 근조 리본을 준비했다가 급하게 검은색 리본을 새로 구매해 공무원들에게 나눠주거나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근조’가 쓰인 리본을 뒤집어 글씨가 없는 검정색이 보이게 다시 달도록 했다는 건데, 이 같은 지침을 따르는 공무원들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매 한가지라고 한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했던 2014년에도, 2010년 천안함 희생장병 합동 분향소에도, 박근혜씨나 이명박씨 등 전직 대통령 등은 일제히 근조 리본을 달았던 터였기 때문이다. 왜 그런 공문이 내려왔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행안부에서는 인사혁신처의 지침이 그렇게 내려왔기 때문이라면서 통일성 있게 하나의 표준을 안내해야 하니까 그랬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다.
 
결국, 아무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못한다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소환된 사람이 천공이다. 지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사망 때, 10시간 넘게 비행기 타고 런던까지 달려간 대통령이 정작 조문은 하지 않았던 이유도 천공이 '조문하면 귀신 붙는다'고 말해서였다는 유언비어가 퍼졌었는데, 이번 검은 리본 사건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리본을 뒤집어서 패용해야 한다고 했다는 거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분향소를 찾았던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천공의 그림자는 깊게 드리워진다. 여사의 이마 헤어라인이 뭔가 어색하고 시꺼멓게 숯 같은 것으로 칠해진 게 보였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김여사가 천공의 조언을 받아 귀신을 쫓고 악귀로부터 몸을 지켜준다는 숯을 일부러 얼굴에 바른 것 아니냐고 궁금해 했다. 나이가 들면 헤어라인이 망가지고 머리가 하얗게 세기 때문에 여성들이 검은색 화장품 등으로 헤어라인을 정돈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여사의 경우도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미 천공식 설명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천공과 연관지어 무속에 의존한 설명을 하는 것을 더 그럴듯하게 보는 것 같다. 
 
실제 우리 민족 문화 대 백과사전에 보면, 뽕나무를 태우면 불똥을 튀기면서 타고 숯가루가 나오는데 이것을 대문이나 나무 막대기 끝에 달아 태우면 그 타는 모습이 장관이고 불꽃이 피어나면서 귀신이 접근을 못하고 멀리 달아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귀신을 쫓아버리는 수단으로 숯을 애용한다는 거다. 분향소에 가면 ‘귀신’들의 혼이 돌아다닐테니 천공이 여사에게 액막이용으로 숯을 칠하고 가라고 조언을 했을지 모른다는 설명은 기괴하면서도 천박하고 재밌기까지 하니, 가십거리로 안성맞춤인 셈이다. 
 
더욱이, 천공은 지난해 10월 YTN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수차례 만났고 검찰 총장 사퇴 시기도 조언했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라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이 널리 알려진 인물인데 이 사람이 지난 2일 유튜브에 강의영상을 올려 이태원 참사로 아이들이 희생된 것은 우리 대한민국에게 ‘엄청나게 좋은 기회’라고 표현하고, 세계 정상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고 기회를 잘 살려서 세계화를 꿈꾸고 미래의 국익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마도 진실은 유언비어와 개연성 그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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