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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법원 "박원순 성희롱 인정 인권위 결정, 타당"(종합)

"피해자, 전형적 직장내 성희롱 대응방식으로 행동"

2022-11-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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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법원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직원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15일 박 전 시장의 배우자 강난희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쾌감을 줬고,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며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가 인정되고, 인권위가 피해자 구제 및 재발 방지, 제도개선 등을 위해 내린 권고결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20년 7월11일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 (사진=뉴시스)
 
피해자가 텔레그램으로 박 전 시장에게 '사랑해요', '꿈에서는 된다'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 재판부는 "'사랑해요'라는 단어는 이성 사이의 감정을 나타낼 의도로 표현한 것이라기보다 피해자가 속한 부서에서 존경의 표시로 관용적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꿈에서는 된다'는 취지의 말은 박 전 시장이 밤늦게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것이 계속되는 등 피해자가 대화를 종결하기 위한 수동적 표현으로 보이고, 박 전 시장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말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비서로 근무하는 등 피해자로서는 업무상 불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의 대응 방식은 오히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로서는 박 전 시장에게 거부 의사나 불쾌감을 표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동안 박 전 시장의 행위를 묵인한 것은 비서 업무의 특성상 박 전 시장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불편함을 자연스레 모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 씨 측이 피해자가 박 전 시장과 '셀카'를 찍는 등 친밀감을 표현했고 수년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 재판부는 "피해를 당하면 어두워지고 무기력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주장은 자의적 생각에 기초한 것으로, 성희롱 피해자들의 양상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고 직후 강씨 대리인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매우 당황스럽다"며 "유족과 상의해 재판부 판단의 어떤 점이 부당한지 밝혀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그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강제추행 등 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이 숨지면서 피소된 혐의 사실을 더 이상 확인하지 못한 경찰은 같은 해 12월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형사절차 종료와 별개로 피해자 쪽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과 관련한 직권조사를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월 직권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을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혼자 있어? 내가 갈까?’ ‘신랑 빨리 만들어야지’ ‘지금 방에 있어’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 등의 부적절한 메시지와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인권위는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에 피해자 보호, 2차 피해 대책 마련,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제도 개선 등을 권고했다
 
이에 박 전 시장의 배우자 강씨는 인권위가 피해자 주장만 듣고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며 지난해 4월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이 인정된다며 인권위의 직권조사와 권고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가 2021년 7월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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