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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느린학습자를 아시나요'…취업지원 사각지대 놓인 '경계선 지능인'

지능지수(IQ) 71~84에 해당하는 '경계선 지능인'

2023-08-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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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우리 사회의 '13.59%'를 이루고 있는 '경계선 지능인', 이들은 일반인보다 학습 속도가 느려 '느린 학습자'로 불립니다. 하지만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정부 차원의 취업 정책은 전무하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1일 <뉴스토마토>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경계선 지능인이란 지능지수(IQ) 71~84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장애정도판정기준을 보면 지적장애는 지능지수 70 이하를 말합니다. 
 
인구정보분석업체인 세계인구리뷰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 지능지수는 102.35로 나타났습니다. 경계선 지능인들은 일반인들과 지적장애인의 사이에 있는 셈입니다.
 
미국·영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인구 중 13.59%는 경계선 지능인으로 분류됩니다. 이를 국내에도 적용하면 우리나라 인구 5155만8034명 중 700만6736명이 경계선 지능인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취업 지원 정책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들은 있지만 경계선 지능인들을 위한 사업이나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없다"며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인에 포함되지 않아 장애인 정책 지원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취업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경계선 지능인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독서실.(사진=뉴시스)
 
최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경계선지능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위한 취업 지원 실태 및 요구 분석' 보고서를 통해 경계선 지능인들의 취업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경계선 지능인들은 일상생활 기술뿐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나 대인관계 능력 등 사회적 기술이 부족해 취업 후에도 고용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직장에서의 태도'와 '직장 내 갈등 다루기', '반복적인 연습과 훈련' 등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변숙영 한국직능연 선임연구위원은 "경계선 지능인들은 겉으로 보기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하지만 학교나 단체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학업 진도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혹은 5~6학년을 대상으로 1~2회 정도 (지능 관련) 검사를 하기 때문에 경계선 지능인 발굴 자체가 어려운 것이 큰 문제"라며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극한 상황으로 가지 않을 친구들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경계선 지능인들의 특성을 고려한 취업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전체 인구의 13.59%를 차지하는 인원이 사회에서 융화되고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박현숙 경계선지능연구소장은 "해외 연구를 보면 경계선 지능인들이 직장 생활을 유지하는 기간은 6개월 미만이라는 결과가 있다"며 "이들이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고용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법에는 장애인 의무 고용에 대한 법은 있지만 경계선 지능인을 의무고용 해야 한다는 법이 없다"며 "경계선 지능인들의 학습을 위한 조사 등은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를 위한 지원은 아직까지 부족하다. 경계선 지능인들이 사회에 안착해 융화될 수 있도록 취업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업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경계선 지능인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사진은 서울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구직자 프로그램 일정표를 촬영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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