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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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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11개국 GDP 36% vs G7 29.9%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 미국 일극주의 세상에서 브릭스 약진의 함의

2023-09-01 06:00

조회수 : 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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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브릭스(BRICS)가 미국 또는 다른 국가의 지정학적 대항마가 돼 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총 69개국 대표단이 참여한 가운데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 말입니다. 브릭스가 “상당히 다양한 국가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이슈들에 대해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참 낮춰보고 있는 것인데, 뜯어놓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닙니다.
 
미국 "브릭스, 지정학적 대항마로 보지 않는다" 무시
 
2001년에 짐 오닐 골드만삭스 회장의 ‘더 나은 글로벌 경제 브릭스의 구축’(Building Better Global Economic BRICs) 보고서를 통해 처음 등장한 브릭스라는 용어는 당시 신흥 경제강국들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순 용어 조합이었습니다. 이 무렵 이들의 경제규모는 글로벌 GDP의 8%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2009년 6월에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브릭(BRIC)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정상회의를 하면서 국제회의체로 등장했고, 2011년 4월에 중국 하이난성 정상회의에서 남아공을 신규회원으로 받아들이면서 BRICS라는 이름이 확정됐습니다.
 
그로부터 12년 만인 올해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6개국을 새 회원국이 됐고, 이들은 내년 2024년 1월1일부터 정식회원 자격을 갖게 됩니다, 모두 국제정치에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가진 나라들입니다. 이제 브릭스의 경제규모는 전 세계 GDP의 36%(구매력 기준)에 달해, 지구에서 제일 잘나가는 나라들인 G7(29.9%)을 넘어섰습니다.
 
이번 요하네스버그 회의를 앞두고 인도네시아, 타이, 베트남,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나이지리아, 쿠바, 베네수엘라 등 22개국이 가입신청을 했는데, 그중 6개국만 이번에 가입이 된 것입니다. 곧 추가 가입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가입한 11개국 면면에서 나타나듯, 경제력도 대륙별 위치도 종교도 제각각이어서, 회원국 간 갈등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29일자 <포린폴리시>는 “브릭스 확장은 중국의 승리가 아니다”기사에서 “회원국 수를 늘린다고 해서 BRICS가 강력한 블록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회원국 확대로 인해 브릭스의 결속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짚으면서 아래와 같이 전망했습니다.
 
중국과 인도 간의 지정학적 대립이 심화되면서 이미 브릭스와 브릭스의 응집력 있는 의제를 만들려는 시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는 나일강 수역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의 중재로 평화를 이루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적대 관계에 있다. 이러한 단층선과 다른 단층선들은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적 비중을 합쳐서 글로벌 문제에서 영향력 있는 정치 세력으로 만드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패권국 미국과의 관계도 제각각입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는 중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국의 안보파트너 국가들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를 미국 중심의 서방과 맞서는 연대체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초창기부터 브릭스의 한 축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우리는 G7, G20 혹은 미국의 대항마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우리는 단지 우리 자신을 조직하기를 원한다”고 공개 선언했습니다.
 
종합해 보면, 브릭스는 반둥회의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1960~70년대의 비동맹 운동보다도 ‘공통의 지향점’이 부족하고 결속도 약합니다. 조직적으로도 아직은 사무국도 없는 ‘느슨한 정상회의체’ 수준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브릭스를 무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겁니다.
 
다기다양한 브릭스, '미국 일극주의→다극주의' 하나는 일치
 
그런데 이 다기다양하고 잡다한 브릭스가 딱 한 가지 문제에서는 같은 입장입니다. 달러패권을 매개로 한 미국 일극체제를 다극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대항마가 되지 않겠다는 룰라 대통령의 브라질과 인도도 달러를 대처하는 결제 다변화 문제에는 대단히 적극적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브릭스의 회원국 확대에 대해 “중국 등 기존 회원국들이 브릭스의 영향력을 확대해 세계 경제와 무역, 특히 달러화 사용에 있어 미국에 대항하려는 성격이 크다”면서 “특히 브릭스가 주요 석유 수출국과 수입국을 모두 회원으로 확보하게 된 만큼 석유 시장의 달러 지배력에 더 초점을 맞춰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합니다.
 
신규 회원국인 사우디와 기존 회원국 러시아는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를 통해 석유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중국은 석유 시장 최대 수입국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상황을 소개하면서, 사우디와 UAE는 이번 브릭스 가입으로 필요하면 달러 의존도를 자유롭게 낮출 수 있는 기회와 유동성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왼쪽)과 한정 중국 부주석이 3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하고 있다. 이날 클레벌리 장관은 양국이 오해를 피하고 의견 차이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정기적으로 대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달러·유로·위안화가 지배하는 '다극화 세계' 10년 내 도래"
 
통신은 네덜란드계 글로벌 금융사 ING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달러화와 유로화, 위안화가 각각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지배 통화가 되는 '다극화 세계'가 10년 내 도래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습니다.
 
달러화 패권 유지 문제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브릭스 확대에서 보이듯,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균열이 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예전처럼 세상이 미국 생각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얘깁니다.
 
미국 일변도로만 움직이는 한국에게 브릭스 확대가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요? 한 발은 확고하게 한미동맹에 두면서도 다른 한발은 유연하게 움직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영국은 미국의 ‘영혼의 단짝’입니다. 그 영국의 제임스 클레벌리 외교장관이 “어떤 글로벌 문제도 중국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며 지난 20일 외교장관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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