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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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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축재가 정의라고?

2024-05-3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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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항소심 결과를 다룬 뉴스 댓글에서 판결 만큼 충격적인 댓글들을 봤습니다. 노 관장의 승소에 ‘정의는 승리한다’는 식의 반응들입니다. 이혼 귀책사유가 있는 최 회장에 대한 반감으로 노 관장을 편드는 건 이해 됩니다. 그렇더라도 정의라는 표현을 쓰기엔 간과한 게 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SK그룹 성장 과정에서 정경유착에 의한 무형적 도움을 재판부는 인정했죠. 그게 SK 주식 재산도 분할 대상이란 판결의 근거가 됐습니다. 재판부가 여러 증거능력을 살피고 내린 판결에 따라 정경유착에 의해 형성된 부정축재가 인정됐습니다. 그 부정축재 중 1조3808억원이란 재산을 노 관장이 수령하게 된 판결입니다. 정의라는 표현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재계가 요청해 상속세 폐지를 정부가 공식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그래서 상속세까지 없어지면 1조3808억원까지 불어난 부정축재는 상속세마저 안 내게 됩니다. SK 주식 재산 역시 부정축재라는 게 이번 재판부 판단입니다. 다른 그룹들 역시 정경유착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상속세 폐지 부자감세 논란에 대해 이번 재판이 주는 시사점도 있습니다.
 
이번 재판은 사법 불신도 키웁니다. 1심 600억여원에서 2심 1조4000억원으로 분할 재산이 불어났습니다. 같은 법률 아래 심리하는 사법부 판단이 이리 달라도 될까 걱정을 낳습니다. 이런 식이면 누가 1심 판결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무조건 대법원까지 가야 해 송사는 복잡해집니다. 변호 능력이 판결을 크게 뒤집을 수 있는 만큼 유력 로펌 변호를 받지 못하는 돈 없는 서민에겐 유전무죄 박탈감을 안깁니다.
 
이혼재판 항소심 판결이 나온 같은날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분쟁의 가처분 인용 판결도 나왔습니다. 역시 비슷하게 민 대표를 응원하며 ‘콩쥐는 승리한다’는 식의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법적 책임 있는 배임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배신은 인정했습니다. 하이브는 상장사이고 어도어는 그 종속회사인데 법원이 인정한 배신은 이사회 윤리에 어긋나 주주 이해와도 충돌합니다. 누구를 동정한다고 옳고 그름 자체가 바뀌진 않습니다. 승리와 정의는 구분해야 합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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