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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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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품격은 찾아볼 수 없는 ‘하이브’

2024-06-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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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엔터사 중에서 가장 큰 기업은 단연 하이브입니다. 멀티레이블 체계를 갖추고 BTS(방탄소년단), 세븐틴, 뉴진스, 르세라핌 등 인기 아이돌들을 내세워 팬심을 휘어잡았습니다. 최근엔 엔터테인먼트 주력 집단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됐습니다. 엔터사의 역사를 새로 쓴 대기업이 됐지만 품격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곳간이 풍족하다고 모두 양반이 될 순 없는 법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갈등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어도어의 지분 80%를 들고 있는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려고 하자 민희진 대표 측에서 반발에 나섰습니다. 법원에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인데요. 지난달 30일, 민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했습니다. 
 
잘잘못을 따지는 건 법원의 일입니다. 그렇지만 대중도 사건에 대한 견해를 낼 수 있습니다. 하이브-민희진 대표 간 갈등에 있어서 하이브가 보여준 행보는 너무도 실망스럽습니다. 대기업이 자회사 대표를 두고 법원에서 제시한 근거는 민 대표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 무속인에게 중요 결정을 맡겼다는 '주술경영' 등의 의혹입니다.
 
상장사를 취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숫자와 명문화된 증거입니다. 입 밖으로 떠도는 말은 잡아낼 수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불공정거래 조사에서 가장 애를 먹는 부분도 바로 증거입니다. 주가 급등을 야기한 증거가 스마트폰이나 이메일, 메신저로 확실히 남아있다면 조사는 수월해집니다. 만약 말로만 전달한 내용으로 주가가 급등했다면 조사 명분이 없습니다. 이미 말은 사라졌거든요.
 
법원에서 증거는 더욱 중요합니다. 사건은 과거에 벌어졌고 내가 주장하려는 바를 확실한 증거로 제시해야 됩니다. 하이브는 나름 증거를 가져가긴 했지만 메신저 대화, 주술경영 등은 '배임'이라는 혐의를 뒷받침하기엔 너무도 빈약했습니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무려 '대기업'인 하이브가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로만 법원에서 주장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확실한 숫자, 명문화된 근거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코스피 상장사니까요.
 
막상 뚜껑을 까보니 그런 건 없었습니다. 민 대표 측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하이브 측 입장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민 대표가 제시한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문제, 뉴진스 차별 음반 밀어내기 권유 등을 정당한 문제 제기로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상황도 쉽게 예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대기업인 하이브에게 바라는 것은, 엔터사에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만큼 좀 더 품격 있는 행보를 보여줬으면 합니다. 옳은 주장을 하고 있다면 명명백백한 근거를 제시하고, 틀린 주장을 한 거라면 머리 숙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대기업의 품격입니다.
 
하이브 본사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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