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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집단

2024-07-11 06:32

조회수 :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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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기자는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는 직업입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도 남을 평가할 자격은 없는데, 기자는 그걸 업으로 삼으니까요. 최소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인간'다운 거라고 봅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8·1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질의 응답 중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학을 부전공 했는데, 이유는 단 1가지였습니다. '정치를 혐오해선 안 된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걸 뒤집어 말하면 '정치를 혐오했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러나 좋든 싫든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모든 게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이죠. 가까워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정치에 관심 없어"라고 쿨한 척하기 싫었거든요.
 
친구들은 이미 잘 알아서 좋은 점수를 낼 수 있는 수업을 들었는데, 저는 정반대의 길을 갔습니다. 그래서 겨우 졸업했죠. 하지만 '정치부 기자'는 꿈 꿔본 적 없었습니다. 노력한다고 해서 마음이 마음대로 되나요. 그저 어느 정도 평정심을 갖고 정치를 바라볼 수 있게 됐을 뿐입니다. 
 
기자는 되고 싶었지만, 팔자에 '정치부'는 없다는 강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채용공고에 '정치부'가 쓰여 있을 땐 일말의 고려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국회 출입기자가 돼 있습니다. 
 
권익위 조사에선 '언론'과 '정치권'이 매년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평가받아요. 한마디로 믿을 수 없단 얘기죠. 그 두 가지를 합친 게 바로 '정치부 기자'입니다. 덕분에 언젠가부터 속에서 천불이 나요. 
 
끊임없이 '나'라는 세계의 내부와 외부를 관찰하는데, 국회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의 연속입니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회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시부렁대며 줄담배를 피웁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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