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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의 탈출

2024-07-31 09:31

조회수 :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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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참교육'이란 단어를 싫어합니다. '나보다 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삼으니까요. 비열하기 짝이 없는 행위를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합니다. 유튜브엔 그런 콘텐츠가 많이 돌아다녀요. 워낙 답답한 세상이라, 누군가는 그걸 보고 통쾌함을 느끼나 봅니다.
 
광주 북구 일곡동 우치동물원에 검은 토끼 한마리가 눈밭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요즘 '참교육 영상'에는 특히나 민주당 의원들이 자주 등장해요. 물론 그곳에 '진짜 약자'는 없죠. 가질 만큼 가진 분들 사이에서 누가 더 강한지를 가리는 싸움입니다. 상대 진영을 무례함으로 찍어 누르면 환호하고, 그렇지 못하면 "답답하다"고 비난합니다.
 
저 역시 '대화'와 '타협'엔 회의적입니다.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과 어떻게 협의에 이를 수 있을까요. 그런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정당은 '집단'입니다. 큰 틀에서 정치적 주의·주장이 같더라도, 개별 의원마다 방식과 방향이 다르죠.
 
조정의 여지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대통령이 앞장서 갈등을 부추기는 탓에, 그 폭이 너무 좁아지긴 했지만요. 국민의힘에선 '채상병 특검법'에 3개의 찬성표가 나왔습니다. 
 
저는 그 소신을 존경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변화를 추동하는 행위. 그 주장은 역동적이고, 조직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합니다. '당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혹은 '정치적 안위'를 위해 지도부에 충성하는 이들보다 당에 더 큰 애정을 품고 있는 거죠.
 
가끔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에게 '후보'와 '대표' 중 어떤 호칭을 써야 할지 헷갈립니다. 최고위원 후보들은 너도나도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열을 올립니다. '시간 여행' 하는 착각마저 듭니다. 민주당에선 벌써 21대 대선 경선이 끝났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시기에 이 후보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여의도 정치'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정치 근육을 단련시켰고, 성남시장 시절엔 박근혜정부와 마찰을 빚어가면서까지 '3대 무상복지 사업'을 선언했죠. 그 시절 가장 빛나던 정치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강성 지지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숭배'에 가깝다고 느껴지고, 이 후보라는 '사람'에게 점점 실망하게 됩니다. 리더십에 의문이 들어요. '생존력'이나 '장악력'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 말이죠.
 
그의 이름을 105번 외친 최고위원 후보들과, 폭력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강성 지지층. 이 후보가 그들에게 편승하면서, 추종자들의 모습이 그의 얼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본격적인 '산토끼' 잡기에 나섰습니다. 다른 토끼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집을 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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