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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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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현광 기자입니다.
'개'를 떠나보내며

2024-08-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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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제 누이가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16살까지 살았으니, 퍼그치곤 꽤 오래 산 편이죠. 그간 점점 노화의 속도가 눈에 띄었기에 알고 있었습니다. 곧 삶의 시간을 멈출 거라는 걸요.
 
하지만 이별은 언제나 갑작스럽고 슬픕니다. 제가 직접 키우던 강아지가 아니었는데도 막상 그의 죽음을 맞이하니 눈물이 펑펑 흐르더군요. 그때 저도 느꼈습니다. 내가 이 녀석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누이 집에서 잘 때면 항상 제 옆에 와서 온기를 전하던 녀석이었습니다. 제 허벅지를 자기 턱받침으로 생각하던 놈이었죠. 그렇게 정을 나눴던 것 같습니다. 아직 싱글인 누이는 마치 자식을 떠나보내는 듯 보였습니다. 16년 동안 매 순간을 함께 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7월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의 윤석열 대통령의 정무직 인선 브리핑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렇게 헛헛한 마음을 정리하던 중,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8월 청년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했다는 말이 보도됐습니다. "대한민국이 애를 안 낳는다" "젊은이들이 개만 사랑하고 애를 안 낳는다" 등의 발언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후보자는 '젊은이'들 마음속에 잠재된 '사랑의 크기'가 과거와 비교해 줄어들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가. 반려동물에 사랑을 준다고 해서, 배우자 혹은 내 아이에게 줄 사랑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오판입니다.
 
집값으로 대변되는 경제적 부담, 그로 인해 내 아이가 느낄 상대적 박탈감을 걱정이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포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미래에 내가 사랑할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거죠. 바꿔 말하면, 내 아이를 사랑할 준비가 됐다는 겁니다.
 
현실에서 아이 낳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를 안 낳는 것이 아니라 못 낳는 것이라고 해야 마땅할 겁니다. 어찌 보면 아이에게 사랑을 쏟는 것이 당연할 30대, 아이가 없으니 갈 곳 잃은 사랑을 반려동물에게 사랑을 쏟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생각도 합니다.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같으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우리 사회에 책임 있는 자들은 청년들을 탓할 게 아니라 미안한 마음을 보내야 할 겁니다.
 
이제 정치인의 망언은 그만 듣고 살았으면 합니다. 실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정치인은 떠나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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