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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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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다운 AI

2024-10-18 17:20

조회수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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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IT기업의 신규 서비스 발표회에 참석했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AI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이번엔 금융정보와 결합해 빠른 속도로 회사의 자금을 관리해 주는 기술이었습니다.
 
(사진=뤼튼)
 
이어지는 시연은 타이핑으로 질문을 하는 방식, 음성버튼을 눌러 발화자가 대화를 시도하는 방식 등 두 가지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업무처리용으로는 타이핑으로 하는 방식이 매우 적합해 보였지만 음성인식으로 하는 방식도 보여줘 여러 가지 기능을 넣은 것을 보여주려 하나보다 했습니다.
 
이어지는 오찬시간에 사담을 나누다 한 기자가 회사 대표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음성인식을 사실 잘 사용하지 않지 않느냐, 저 기능은 특히나 음성인식으로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랬더니 대표가 할 말 많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 이윽고 대표는 "음성인식, 사실 넣지 않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성인식이 아니면 AI라고 쳐주지를 않더라고요. 타이핑으로 치면 AI인지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구색 맞추기 식으로 음성인식을 넣은 거예요"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음성인식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투리가 심해 음성인식이 간단한 명령어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요. 표준어를 구사하는 직원들이 쓰면 음성인식이 제 기능을 100% 보여주지만 사투리 앞에서는 한없이 뒤처져있다고 대표는 전했습니다.
 
하루는 업무 미팅 자리에서 챗GPT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그렇듯 이 기업에도 챗GPT 강사가 와서 사용법을 알려줬다고 합니다. 프롬프트를 알려주고, 조건을 부여하는 방법, AI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각인시키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이를 배운 직원들이 곧장 챗GPT를 사용하는데 강사가 말한대로 결괏값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요. 결과가 반말로 대충 나와서, 갑자기 영어로 나와서, 챗GPT를 혼쭐냈다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사용자가 원하는 멋진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에세이를 쓰는 한 모임에서 어느 이가 글 마무리 짓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머리를 맞대 합평을 해줬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글을 쓸 수 없었는데요. 이에 한 사람이 챗GPT를 활용해 글 마무리를 도와달라고 요청해보라고 제안했습니다. 글 마무리 부분에 쓰고 싶었던 내용을 넣고 조건을 부여하자 멋진 결과물이 나왔나봅니다. 고민의 주인공은 챗GPT의 실력에 깜짝 놀라더니 이내 인상이 구겨졌습니다. 머리를 쥐어짜낸 결과물보다 나아서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또 다른 이는 이 글은 표절인 것 아니냐, 표절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성화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AI에 대해 최근 직간접적으로 겪은 몇 가지 모습을 살펴보니, 우리가 AI가 진짜 AI답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얼추 그려지는 듯합니다. AI의 다양한 면이 많지만 일단 사람을 음성을 알아들어야만 '진짜 AI'라고 생각하고, 친절하게 사람을 대해야 AI다운 AI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만이 할 수 있을 법한 창작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또 거북해 합니다. 나를 위한 훌륭한 도구로 남되, 선은 넘지 말라는 것입니다.
 
  • 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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