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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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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 들어 보셨나요

2024-10-15 10:57

조회수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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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예전 수업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한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을 영어로 번역하겠다는 외국인에게 자신의 소설 내용 중 한 문장만 번역해보라고 했다는 일화를 교수님이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소설가는 호리병을 외국인이 '호리'라는 질병(disease)으로 번역을 하는 것을 보고 번역을 때려 치라고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해당 외국인은 한국에서 오래 산 교수였다고 합니다. 한국어는 같은 말이라도 상황에 따라서 뜻이 달라지기도 하고, 색 표현만 하더라도 너무나도 다양한 단어가 존재합니다. 한국 문화권을 오래 경험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도 많습니다. 
 
그만큼 한국어는 번역을 할 때 대체 가능한 타 언어권 단어를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허나, 요즘 같은 풍토라면 한국어 번역이 그리 어렵지 않은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보다 보면 낯선 표현이 등장합니다. 바로 '킥'입니다. 최근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식과 관련된 자막에 여지없이 등장합니다. 근데 보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찾아 봤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보면 '킥' 뜻을 풀이하는 블로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KICK'이라는 본래 '발로 차다'라는 뜻이지만 요리 분야에서는 강한 자극을 의미하는 단어랍니다. '킥'이라는 단어로 강렬한 맛, 독특한 풍미, 중독성 있는 맛 등 다양한 맛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한국어의 맛에 대한 표현 중 '강렬', '독특', '풍미', '중독성' 등 풍부한 어휘가 '킥' 하나로 대체되어 버린 겁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10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사용된 '스컬'입니다. 힙합 음악에서 유래한 '스컬'은 힙합 아티스트가 음악적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 사용합니다. 역동성과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모든 감정이 '스컬'이란 단어로 표현됐습니다. 
 
뉴진스 멤버 민지는 팬과의 라이브를 통해 이같은 현상에 대해 지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중학생 동생이 모든 것에 '스컬하네'이라고 표현을 하는 것을 두고 언어의 표현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다고 걱정을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커뮤니티·SNS 등 할 것 없이 어디서건 문해력이 떨어져 벌어진 사례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풍부한 표현 대신 '킥'·'스컬' 등으로 단일화하는 게 마치 힙한 문화라고 여기는 사회적 풍토가 원인이 된 것은 아닐까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사진=넷플릭스)
 
 
  • 신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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