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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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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을 부순 ‘펜의 힘’

2024-10-14 20:18

조회수 :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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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웨덴 한림원(Swedish Academy) 2024 노벨문학상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강 작가의 대표 작품들)
 
한강 작가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이 소식이 놀랍고 특별히 감격스러웠던 이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아시아 최초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이 국내 작가 한강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을 넘어 그의 작품이 시사하는 의미와 가치가 너무도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소설가 한강을 지목하며 그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는데요.
 
한강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 ‘채식주의자’와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비극을 담은 ‘소년이 온다’, 제주 4.3 항쟁의 참상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가 있습니다. 한림원이 수상의 이유로 언급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맞선 그의 작품은 5·18민주화운동과 4·3항쟁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죠. 작가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국가 폭력에 맞선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리는 것을 넘어 인류가 지켜야 하는 보편타당한 가치를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켰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한강 작가는 독재정권을 미화하는 이른바 뉴라이트 세력과 이를 옹호하는 보수정권으로부터 끊임없이 수모를 겪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사상적 편향성을 트집 잡아 그를 문화 예술인 블랙 리스트에 올렸고, 최근에는 경기도교육청이 그의 작품을 청소년 유해 도서라는 이유로 폐기 처분하는 촌극을 벌였죠. 심지어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관련 뉴스에는 극우세력의 5·18 폄훼 악플과 나름 저명하다는 인사들의 역사 왜곡 망언이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언급할 가치도 없는 발언들이라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습니다.
 
극우 뉴라이트들의 발언은 무시하면 그뿐이지만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윤석열 정부의 국가 기관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역사 왜곡을 보란 듯이 자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입니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광동 위원장은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북한 개입설 주장을 꿋꿋이 고수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도 인사청문회 당시 5·18민주화운동 폄훼 글에 동조했던 행태에 대해 사과나 해명은 고사하고 “손가락 운동에 신경 쓰겠다”는 말장난으로 국민을 우롱했죠.
 
무자비한 국가 권력의 폭력에 의해 시민들이 무참히 희생된 5·18 민주화운동이나 4.3 항쟁을 접한 국가 공동체 일원이 느껴야 할 감정은 죄책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독재정권의 폭력에 굴복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는 뉴라이트들이 버젓이 자행하는 역사 왜곡을 응징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말이죠. 있지도 않은 일을 지어내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실을 선택해 해석하거나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킬 권리는 만인에게 있습니다. 작가 한강은 이 권리를 소신껏 행사해 마침내 영원히 역사에 박제될 위대한 업적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진실은 거짓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역사 앞에 영원한 비밀도 없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거짓을 부끄럽게 여기고 올바른 것을 바로 세우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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