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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100세시대)'연기금' 어디까지 추락하나..수익률저조· 방만경영 '심각'

부실한 투자 검토·펑가 조작 등..손실 혈세로 메워

2012-08-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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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고령화 물결로 은퇴 이후 경제적 안정이 절실해지면서 연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공적연금기관의 부진한 성과와 방만 경영 등으로 국민들의 노후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대내외 금융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적자가 급증해 공무원연금에 보전해야 하는 국고 금액은 2년 후 무려 2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고보전금의 65%를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에게 큰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공무원연금 3대 연금중 수익률 4년째 꼴찌
 
21일 국회 예산정책처와 행정안전부,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 연금기금의 금융투자 수익률은 0.8%로 3대 공적연금(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중 꼴찌였다. 국민연금은 2.3%, 사학연금은 1.5%의 수익률을 냈다.
 
◇공무원연금 수익률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금융투자 수익률은 2008년 -4.9%, 2009년 8.5%, 2010년 8.0%로 국민연금(2008년 -0.2%, 2009년 10.4%, 2010년 10.4%), 사학연금(2008년 -4.7%, 2009년 12.7%, 2010년 10.5%)과 비교해 4년 연속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5조409억원의 자금 중 9766억원을 주식에 투자했지만 수익률이 -13.8%까지 추락해 손실액이 135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주식투자수익률은 각각 -9.5%, -11.5%로 그나마 선방했다.
 
공무원연금 관계자는 "공무원연금은 사학연금, 국민연금보다 먼저 만들어진 만큼 이미 지급해야 할 돈이 많다"며 "금융자산의 상당 부분을 단기자금에 운용해야 하고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 수익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도 안심 못해..수익률 2.3%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연금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산 350조 4581억원(2011년말 기준)에 달하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기록한 금융투자 수익률은 2.31%로 2010년 10.37%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10년 30조1058억 원이었던 국민연금 수익금 규모는 지난해 7조 6717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국민연금 수익금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민연금 수익률 급감을 이끈 것도 역시 주식투자였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수익률은 2010년에는 21.86%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2009년에는 45.4%였는데, 지난해는 -9.46%로 폭락하며 7조6784억 원의 손실을 낸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지난해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른 국내외 주식 시장 불안정으로 주식투자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며 "최근 수익률은 시장평균을 상회하는 등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간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런 방향이 수익률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연기금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공적연금은 국민의 노후가 걸린 문제인 만큼 위험자산에 투자비중을 늘리는 것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기감 없는 연금..국민 혈세 퍼 붓는다
 
수익률 부진 등으로 국민의 노후 재산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음에도 정작 연기금의 위기 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감사원이 공개한 '공무원연금 및 사학연금 운용실태'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대학병원 전문의를 교원으로 둔갑시켜 부당 지원을 받았을 뿐 아니라 위탁운용사를 제멋대로 선정했다. 또 공무원연금은 자산을 시장가격이 아닌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방식 등으로 632억원의 손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금운용본부 소속 간부가 거래 증권사 선정평가를 하면서 평가 점수를 조작하고, 리조트 이용권을 증권사에 강매했다는 내용의 감사원 감사보고서가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사업 경영평가와 투자검토 역시 안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민자역사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대출채권 투자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익성 검토와 담보물의 가치평가 등에 대한 투자검토를 태만한 채 310억원을 투자했다"며 "그 결과 선순위 대출금 미상환 및 공사대금 미지급 등으로 공정률이 25%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연금기금의 손실은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지난해에만 3조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됐는데 이 같은 상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또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아직 흑자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연금 고갈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며 "근본적인 연금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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