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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웅진그룹, 폴리실리콘 어이할꼬?..'애물단지' 전락

업계 "인수기업 마땅 찮고, 제값받기 힘들어"

2012-08-31 18:08

조회수 : 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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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웅진그룹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웅진폴리실리콘 매각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웅진폴리실리콘이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인 삼성과 LG그룹 마저 속도 조절에 나설 정도로 업황이 바닥인데다가, 생산원가마저 높아 인수할 기업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31일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폴리실리콘을 매각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웅진폴리실리콘이 지난 2010년 금융권에서 3100억원을 대출했으나 약정을 어겨 빌린 돈을 조기 상환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  
 
웅진그룹으로서는 웅진코웨이(021240) 지분 매각을 통해 극동건설 인수에 따른 자금난에서 빠져나가나 싶더니, 이번에는 그룹의 신성장동력 사업인 태양광 사업에서 발목이 잡힌 셈이다.
 
웅진그룹은 웅진폴리실리콘 매각 주관사와 법무 자문사를 선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매각을 10월 말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웅진폴리실리콘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회사가 아직 없다"며 "두달만에 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웅진폴리실리콘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더라도 인수에 선뜻 나설 기업이 없다는 데 있다.
 
웅진폴리실리콘의 생산능력은 7000t으로 글로벌 탑티어 기업 중 한 곳인 OCI의 6분의1 수준이다. 게다가 생산원가는 20달러 초반대로 추정되는 탑티어 업체들보다 2배 가까이 많은 30달러대 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폴리실리콘 스팟 거래 가격이 글로벌 탑 티어 업체의 생산원가에 근접해 있어 웅진폴리실리콘은 제품을 팔아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따라서 웅진폴리실리콘 인수와 추가 투자를 동시에 진행할만한 기업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웅진폴리실리콘의 입지 조건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웅진폴리실리콘이 위치한 상주 공장은 기존 폴리실리콘 업체의 공장과 거리가 멀어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OCI(010060)는 군산에 공장이 위치해 있고, 한화케미칼(009830)의 경우 여수에 1만톤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전력 등 유관 시설 등이 한데 모여 있어야하는 폴리실리콘 업체 입장에선 굳이 거리가 먼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을 인수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런 사정들 때문에 매각 자체도 어렵지만, 설령 팔리더라도 제값을 받고 매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은 경쟁 업체가 최근 도입한 생산시설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어떤 기업도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과연 어느 기업이 인수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놓는다면 인수해 볼만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라면 인수할 업체가 마땅치 않은 그야말로 '애물단지'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는 사실상 인수 기업을 찾기 힘들 것으로 관측하는 가운데,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웅진그룹이 왜 현실성이 떨어지는 카드를 채권단에 제시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웅진폴리실리콘을 현 상태로 방치할 경우 적자가 누적된다는 것도 문제지만, 시기가 좋지 않은 탓에 매각 성사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지분 매각 자금 가운데 일부를 대출금 상환에 쓰는 방안을 비롯한 여러 방안을 강구했지만, 채권단에서 대출금 상환을 재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웅진그룹이 자구책을 마련해 채권단에 보고해야 하는데, 아직 통보받은 게 없다"고 부인했다. 채권단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웅진그룹 스스로 마련한 해결책이라는 설명이다.
 
웅진그룹 측은 웅진폴리실리콘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도, 내심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폴리실리콘 상업생산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2년째로 접어든, 그야말로 사업 초기단계라고 보고 있어서다.  웅진그룹은 신성장동력으로 태양광 사업을 육성키로 한 만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한 업계관계자는 "웅진폴리실리콘은 손에 쥐고 있어도 문제고, 매각하더라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며 "채권단쪽에서 매각을 제안했다면 손절매 차원에서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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