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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대선후보 中企정책 '대동소이'..업계반응도 '미지근'

2012-10-3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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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대선이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또 다른 승부처로 떠오른 곳이 있다. 재벌위주 경제구조 해소를 간절히 바라는 중소기업 분야다.
 
동반성장, 상생 등은 경제민주화와 맞물리면서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주된 의제로 자리했다. 더욱이 산업비중 99%, 고용비중 88%를 차지하는 이른바 '99·88 중소기업인'들의 표심은 부동층과 더불어 이번 대선결과를 판가름할 상수가 됐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유력주자 3인방이 하루가  멀다하고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 관련 공약을 쏟아내는 이유다. 그러나 이들 세 명의 정책이 별 다른 차이가 없는데다 구호적 선언에 그치면서 중소기업 현장은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흐릿한 윤곽만 있을 뿐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朴 '3불해소', 文 '중소기업부 설립', 安 '중견기업 육성'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방점은 '3불(不) 해소'에 찍혀 있다. 박 후보는 29일 중소기업인들과의 정책간담회에서 "'거래의 불공정·제도의 불합리·시장의 불균형'인 이른바 3불(不)을 해결해 대·중소기업이 상생해 나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를 위해 납품단가 인하, 기술탈취, 일감 몰아주기 등 시장을 교란하는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특히 재형저축을 부활시키고, 퇴직공제제도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소기업으로 우수한 인력을 유입시키고, 저소득 사업자를 지원해 대·중소 간 균형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취지다. 재형저축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이자소득세 등을 면제해 기본금리를 올려주는 제도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중소기업부' 신설 공약을 내놨다. 14일 중소기업인과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문 후보는 "중소기업부를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체계적으로 중소기업 정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제안한 정책이기도 하다.
 
문 후보는 또 중소 적합업종 지정과 이익공유제 도입도 강력히 주장했다. 재벌과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막고,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이익을 효율적으로 공유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이밖에도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배상액을 최고 10배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 의지를 나타냈다.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는 무엇보다 '중견기업'의 존재를 부각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최근 정책발표를 통해 중견기업이 된 후 중단되는 중소기업 세제 혜택을 5년 연장해 매년 20%씩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슬라이딩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 대기업 위주였던 정부지원도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술개발 지원금을 대폭 늘리고 R&D 전용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대·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피해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차별성 없다"..구체적 방안 필요성 대두
 
이들 유력 대선후보 3인방의 중소기업 공약에 대한 업계 반응은 정책 사안별로 엇갈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윤곽이 흐리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이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엽합회 실장은 31일 "각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들이 전반적으로 선언적이고 구호적"이라며 "박 후보가 내놓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강화의 경우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유통업만 보더라도, 이미 입점이 포화상태가 된 소도시에도 대기업들이 인수합병·가맹점 형태로 기존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실제 시장 상황을 적극 반영해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에서 정책을 만들다 보니 체감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중소업계 한 관계자도 "외국에 비해 공정거래법이나 손해배상제도가 상당히 허술하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재형저축 부활이나 퇴직공제제도의 도입은 상인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가 내놓은 '중소기업부 신설'과 '중견기업 4000개 육성'에 관해서는 일부 비판적 의견도 제시됐다.
 
최승재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사무총장은 "듣기에는 달콤할지 몰라도 사회적 합의와 재원 문제가 뒤따른다"며 "문 후보의 이익공유제 도입도 정치권의 합의가 뒷받침 돼야 하고 경제가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런 대비책이 마련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동주 실장도 "중소기업부로 승격하더라도 제1차관은 중소기업 파트, 제2차관은 중소상인 파트로 특화된 이중시스템으로 만들어야 보다 안정적으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철수 후보가 내놓은 '중견기업육성법', '중소·벤처기업 ' 중심의 정책에 대해서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는 반론이 이어졌다.
 
실제 한 골목상업 종사자는 "안 후보의 경우 자수성가한 벤처 기업가이기 때문에 '혁신'만을 내세운다"며 "중소기업을 육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는 시장경제에 만연한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자구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유통업 관계자는 "중견기업 육성법을 만들어 중견기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5인 미만 영세업자가 전체 사업자의 60~70%를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기업 독식행태를 막고 사다리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안 후보가 내놓은 중소기업 R&D지원과 세제혜택 정책은 상당 부분 공감이 간다"는 환영의 목소리도 있었다.
 
한 민간 협회 관계자는 "내놓는 공약들이 모두들 똑같다. 이전 대선에서도 엇비슷한 공약들이 있었다"며 "문제는 실천이다"고 강조했다. 장밋빛 공약만으로 표심을 사려 할 게 아니라 국가경제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 현장에 대한 깊은 인식과 철학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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