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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데스크칼럼)대구에서 민주당 지지자로 산다는 것

2013-01-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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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
 
사전을 찾아보니 '정치를 통하여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의 특성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정치'라는 말을 또 찾아보니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는 뜻이란다.
 
'사람마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갖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설득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 권력을 구축하고 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인간', 이정도가 호모 폴리티쿠스의 의미가 될 법하다.
 
 
사람의 정치적 특질은 이쯤하고 이번 대선에서 대구의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을 들여다 보자.
 
문 후보는 19.53%를 얻었고 박근혜 후보는 80.14%를 득표했다. 과거 대선에서 대구지역의 제1야당 득표율을 보면 17대 대선에서는 6.00%(정동영), 16대 18.67%(노무현), 15대 12.53%(김대중), 14대 7.82(김대중) 등이다.(중앙선관위 자료)
 
보수후보가 난립하기도 했고 야당이 분열되기도 해서 표심을 정확히 여야로 나누긴 어렵지만 민주당이 '멸문지화'를 입은 17대 선거를 빼면 야당 후보의 지지율이 점차 오르고 있는 추세라는 건 분명하다.
 
새누리당의 아성이라는 대구에서 적은 수치지만 꾸준히 민주당표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절대로 민주당이 잘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이 대구의 민심을 얻을 정도로 그간 잘해왔다면 지난 총선도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번 대선 결과도 아마 달라졌을 것이다.
 
대구 민심의 이동은 본질적으로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으로 봐야할 것 같다.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이라는 얘기다.
 
재작년 늦가을 행사 참석차 방문했던 대구의 첫인상은 '을씨년스럽다'였다.
 
재작년엔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들이 신차들을 대거 쏟아놓을 때였는데 20~30분 가장 활기차다는 번화가를 거닐면서 필자는 그해 출시됐다는 신차를 한대도 보지 못했다. 번화가 자체도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고 식사를 위해 들른 식당도 우리 일행 외에는 손님이 없이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대구가 고향인 지인의 얘길 들어보니 제조업 등 주변 공장이 빠져나가고 인구도 줄어들면서 도시가 활력을 잃고 있다고 했다. 또 대구 주변에 유명한 관광지도 변변찮아 이래저래 먹고 살 꺼리가 없다는 것이다.
 
시 정부는 대안으로 컨벤션 산업을 키워보려고 '엑스코'라는 대형 컨벤션센터를 짓고 각종 행사 유치에 안간힘이지만 아직까진 그닥 성과가 시원찮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투표가 정치를 움직인다는 가치를 아는 대구 유권자들은 '무조건 새누리'라는 대구 사회의 인식에 문제를 느끼기 시작했다. 여당이 그동안 해놓은 게 뭐냐는 정서다.
 
이들은 당연히 여당과 지방정부에 각성을 촉구하려 하고 이들의 장기집권에 대한 불만을 표로 보여주려 한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얻은 19.53%는 이렇게 생긴 것이다.
 
호모 폴리티쿠스인 대구의 야당 지지자들은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 새누리당만 내리 찍은 결과가 오늘의 대구라며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설득한다.
 
이에 일부는 수긍하고 대다수는 '그래도 우리가 남이냐' '야당은 빨갱이'라며 움직이지 않는다. 일부이긴 하지만 수긍하는 사람이 는다는 건 야당 지지자들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는 얘기고 이것이 조금이나마 늘어나는 야당 득표율의 배경이다.
 
선거후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자에 대해 이런저런 요구사항이 많이 나오는데 '대구의 설움'을 대통령 5년 임기 내내 위로해줬으면 한다는 말도 보태고 싶다.
 
대구는 이제 불황과 무기력에서 탈출할 때도 됐다. 또 민주당도 자생적 야당 지지자들을 더이상 홀로 내버려 두면 안된다. 대구에서 있을 다음 선거는 지역정서나 반북 이데올로기가 아닌 누가 정말 대구민심을 이해하고 있느냐로 판가름 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호석 정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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