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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세종블로그)'서울의 향기' 뿌리면 명품도시 될까

2013-03-20 12:00

조회수 : 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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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지난 18일 세종시에 '세종의원'이 개원했지만 뒷말이 무성합니다.
 
세종시의 부족한 인프라 중 하나가 의료시스템인데(뉴스토마토 7일자 기사 "(세종블로그)죽지않을 만큼 아프면 그냥 참으세요" 참고) 번듯한 병원이 들어서서 의료공백이 해소된다면 반길 만한 일일 겁니다.
 
그런데 사정을 아는 이들이 씁씁하게 보는 건 어떤 영문일까요?
 
세종의원의 정식명칭은 '충남대학교병원 세종의원'입니다.
 
세종시와 충남대병원(사진)의 갈등은 언론을 통해 간헐적으로 보도된 적 있는데요.
 
갈등의 핵심은 세종시가 최초에 충남대병원 대신 서울대병원을 유치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충청에 있는 세종시가 굳이 서울대병원을 고집한 건 명품도시에 걸맞은 이미지를 확보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고 하는데요.
 
이에 더해 수도권에서 이주한 주민들에게 익숙한 병원이 아무래도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합니다.
 
충남대병원은 이에 대해 충청권 병원으로서 당위성을 주장했고요.
 
양측 입장을 단순히 갈등 프레임으로 바라보기 힘든 것은 '명품도시 이미지에 충남대병원은 어울리지 않는가' 하는 의문점이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이건 마치 지방대를 '지잡대'로 낮잡아 부르는 불편한 시선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다른 곳도 아닌 '지역도시 세종'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세종시가 주장하는 '빅4', '빅5' 병원 아니면 세종시의 명품 이미지가 망가진다는 의미일까요?
 
세종시 별칭이 '행복도시'입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 당시 여론을 둘로 쪼개놓긴 했지만 전지역의 고른 발전을 위해 분권이 필요하단 주장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미 정부청사의 세종시 입주가 진행된 마당에 균등한 생활 질을 제고하는 방식이 어디든 똑같이 서울을 해바라기 하는 방식이어야 할까요.
 
세종시의 오판입니다. 세종시는 분명히 충청도에 있는 지방도시입니다. 세종시가 탄생하기까지의 어려운 과정을 스스로 잊었다고 밖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왜 세종시가 만들어지기까지 그토록이나 지난한 과정을 겪었을까요?
 
답답할 따름입니다. 서울 살면서 낮에만 잠시 세종시에 머무는 공무원들을 계속 둘 것인지, 아니면 살기좋은 세종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서 공무원들이 그 가족들까지 데리고 내려와서 세종시에 안착하게 할지는 세종시의 행정 몫입니다.
 
더 이상 중앙정부에 기대는 것도 부끄러울 것 같군요. 지방에 살면서 스스로 지방을 차별하는 어리석은 행위에 대해 답답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세종의원 개원으로 갈등이 끝났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서울대병원은 세종시의 '모셔오기 전략'으로 오는 6월 '세종시립의료기관'을 만든다고 하네요.
 
세종시 주민의 발길이 어느 곳에 집중될지 사못 궁금한가요? 장담할 수 있습니다. 병원이 없는 곳에 병원이 생겼으니 병원마다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으리라고.
  
그리고, 아프면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먼저 찾는 것이 진리 아닌가요? 다시금 병원을 찾을 때는 보다 친절한 의사나 간호사가 있는 곳으로 가겠죠. 큰병이나 고치기 어려운 병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서울의 큰병원을 찾아서 가겠죠. 
 
감기나 갑자기 몸이 아플 때는 동네 병원을 찾습니다. 세종시에 우선 필요한 것은 큰병원이 아니라 동네병원입니다.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행정인지, 과시를 위한 행정인지 세종시가 잘 판단해서 추진해주시면 열악한 세종시 정부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세종시 주민들은 그나마 위로 받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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