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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조선업 불황 '위기의 후판업계' 신사업 모색 활발

상선용 중심에서 해양플랜트용 고급후판으로 이동

2013-05-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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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조선업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후판업계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 조선 빅3가 상선 중심에서 고부가 산업인 해양플랜트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자 후판업계도 이를 따라가는 것이다.
 
2008년 이전 조선업 호황기 때 대규모 설비 증설을 한 후판업계는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는 줄고 수요자 중심으로 가격이 형성되면서 가격도 많이 하락한 상태다.
 
국내 후판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POSCO(005490)의 경우 2008년 광양제철소에 200만톤 규모의 후판 설비 증설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2006년 당진 1, 2고로에 6조2000억원을, 올 9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당진 3고로에는 추가로 3조3000억원을 투자했고, 동국제강(001230)도 2007년 당진 3후판공장에 9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와는 반대로 수요가 줄고 일본과 중국의 후판 과잉설비로 저가수출이 지속되면서 후판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한국신용평가 기업금융평가본부)
 
2010년 중반 절정에 달한 후판 내수증가율은 이후 급격히 감소하다가 지난해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후판 내수판매량은 759만톤으로 전년 905만톤에 비해 16% 감소했다. 반면 재고 물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60만톤까지 증가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수주를 본격화하면서 선박 수주 감소로 인한 후판 수요 감소폭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 조선 빅3의 전체 수주물량 중 74.1%가 드릴십,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해양플랜트 분야였다.
 
해양플랜트 산업은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 같은 상선에 비해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앞으로 발전 전망이 높아 조선업계에서도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자료=한국신용평가 기업금융평가본부)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2010년 1450억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산업이 2020년 3280억달러, 2030년 5040억달러로 연평균 6.7%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산업이 조선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후방산업인 후판업계도 이에 맞춰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해양플랜트용 고급 후판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노후화된 설비는 매각하는 등 수익성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해양플랜트용 고급후판 생산·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삼강엠앤티가 수주한 북해 석유시추용 고정식 해양구조물에 후판을 공급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에 사용되는 후판 8만8000톤 전량의 단독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원유시추 생산저장 시설에 후판 전량을 단독 공급하는 것을 세계 최초다. 해양구조용 철강재는 기술수준이 높아 그 동안 유럽과 일본 소수 철강회사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했지만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이 조금씩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포스코는 해양플랜트용 후판 개발을 위해 지난 5월 GE와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올 9월 당진 3고로 완공에 맞춰 해양플랜트용 고급 후판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3고로 완공 시 후판 생산량은 150만톤이 늘어나 총 350만톤이 된다. 현대제철은 3고로 완공으로 후판 생산 효율성이 늘어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전까지 1개 라인에서 여러 종의 후판 제품을 만들어 생산성이 떨어졌지만, 3고로에 생산라인이 하나 더 추가돼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지난해 28종에 이어 올해에도 고강도 극저온 해양구조용 후판 등 20종의 신제품을 개발해 후판 라인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이달 초 노후화된 포항1공장 후판 생산 설비를 인도네시아 철강회사에 300억원에 매각했다.
 
이번 매각을 계기로 동국제강은 포항 2후판 공장과 당진공장을 연산 340만톤 규모의 고급강 생산기지로 전환해 고급 제품 생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거래처 중 조선사 비중이 높고 자체 고로설비를 보유한 포스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낮아 조선업 침체로 인한 타격이 큰 편이다.
 
또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해양플랜트용 고급 후판 비중도 낮아 이번 설비 매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 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올 1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한 동국제강은 노후 설비 폐쇄와 설비 합리화 등을 주요인으로 꼽았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침체에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로 국내 후판업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고 상선용 후판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은 해양플랜트용 고급 제품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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