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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홍콩 진출 증권사 '한국형' 특화 탄력

대우·우리證 홍콩법인 "균형감각 테스트 끝"

2013-05-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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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홍콩] 세계적인 미항(美港) 홍콩. 그 속에 전 세계 투자가들이 모이는 홍콩 센트럴은 뉴욕과 런던, 동경과 더불어 세계 4대 금융시장의 하나다. 미국달러가 자유롭게 거래되는 아시아 유일의 국제금융시장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투자자금의 전초기지 역할도 한다.
 
지난 23일 초고층 빌딩이 운집한 이곳의 아침은 전날 밤에 봤던 풍광과 사뭇 달랐다. 하지만 화려한 야경 없이도 900개가 넘는 각국 금융투자업계가 생존을 위한 사활 건 경쟁에서 뿜어내는 위압적인 에너지는 그대로였다.
 
홍콩에 거점을 둔 국내 증권사들도 최근 재도약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예외 없는 경쟁에서, 더구나 유수의 글로벌 대형투자은행(IB)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았던 국내 일부 증권사들이 그간의 테스트를 모두 끝내고 본격적인 홍콩 자본시장 기반 업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최소' 인력이 달성한 '최대' 성과
 
“십수년간 전략과 전술 없이 따라가기만 했다면 이제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명확한 팩트파인딩(fact finding·사실 확인)을 마친 상태다.”
 
기동환 우리투자증권 홍콩법인장(사진)은 “자다 일어나 어느 날 골드만삭스와 경쟁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수익모델의 다변화’는 우리투자증권 홍콩법인이 꼽은 전략의 핵심이다. 대부분의 홍콩 진출 국내 증권사들이 주식 중개 영업만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투자증권 홍콩법인은 채권 트레이딩과 채권 영업, 외환마진 트레이딩 등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우리투자증권 홍콩법인은 우리투자증권의 11곳 글로벌 거점 가운데 아시아존 대표 법인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글로벌 마켓을 선도할 수 없다면 아시아에서만이라도 잘해보자는 맥락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은 2011년 수립한 홍콩중심 아시아 진출 전략을 바탕으로 지난해 자본금 1억 달러 증자를 마쳤고 기타 자원의 추가 투입, 리스크관리 시스템·전산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또한 이후 2단계 확대 전략 시행에 대해서도 내부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다.
 
우리투자증권 홍콩법인은 한국계 홍콩 증권사 중 유일하게 8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17명의 최소 인력이 달성한 최대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홍콩이 주요 인수합병(M&A)을 이끄는 대형IB 헤드와 채권 관련 금융정보가 모이는 풀(Pool)이라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동환 법인장은 “11개 거점 가운데 3~4곳은 흑자를 냈고 나머지는 적자였지만 홍콩법인의 흑자로 나머지 적자 부분을 상쇄할 수 있었다. 내부적으로 사업모델과 운용 스킬을 바꾼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홍콩법인은 전체 수익의 60%를 채권운용을 통해 냈다. 지난해 경상이익 500만 달러 가운데 300만 달러가 채권운용에 의한 수익이다. 지난해 1억 달러 증자로 채권 운용 북(Book)이 커졌고 글로벌 채권시장 자체가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규모가 커진 만큼 채권운용 인력도 2명에서 6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하반기 채권시장이 비우호적일 것이란 관측은 채권비중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했다. 올해 채권 운용목표(5%)를 지난해 운용수익률(10.5%)에 비해 절반 이상 낮춰 잡고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기동환 법인장은 “2년차에 IB가 올라서는 단계가 오고 3년차에 IB 규모가 커지면 안정적 수익구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인수합병(M&A) 하나로 가기는 무리가 있다. 비즈니스 확장 내공이 생기면 딤섬 발행업무 등을 꾀하려 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홍콩법인은 지난 2011년 하반기 IB 데스크를 설립, 본수 IB사업부와 외국의 전략적 네트워크를 연계한 크로스보더 딜(Cross-border Deal·국경간 거래) 중심의 영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앞서 2년 연속 홍콩 IB시장은 유가증권 주식공개상장(IPO)은 물론 회사채 발행도 줄어드는 등 수익원이 급감했다.
 
◇"채권 트레이딩 성과 주효"
 
KDB대우증권 홍콩법인의 지난해 영업순수익은 430억원으로 지난해(265억원)의 60% 이상 더 벌었다. 채권 트레이딩 성과가 주효했다는 자평이다.
 
김기영 대우증권 홍콩법인장(사진)은 “지난해 국내 대우증권 본사 인력이 주재원으로 파견돼 현지서 채권매매를 시작했다”며 “한국기업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럽 정부가 발행한 국채 등 다양한 종류에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투자로 시세차익만 보고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금리와 관련한 부분 헤지를 위해 미국 채권과 신용부도스왑(CDS) 등 거래 관련 통화위험 금리에 대해 위험을 헤지하기 시작한 것이 성과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부터 아시아 각국 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주식간의 차익거래로 추가 수익이 발생한 점도 그 배경이 됐다. CB를 단순보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관계수가 높으면 주식을 많이 빌려 숏(매도)하고 낮을 경우 적게 빌려 매도하는 등의 방식을 말한다.
 
특히 앞서 주식 영업과 IB가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점에 미뤄보면 지난해 80% 이상의 수익을 채권 트레이딩 부문에서 냈다는 것은 괄목할만하다.
 
대우증권 홍콩법인은 채권 트레이딩에 있어 하루에도 몇 번이고 금리 레인지와 방향성을 담은 포지션 설정, 전략 등을 본사와 공유한다. 실제 회의실에는 커다란 화상회의 장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김기영 법인장은 “매트릭스 체제로 운용되는 각 해외 거점과 본사 운용본부장·운용부장과 주간단위의 전략회의와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매매전략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홍콩현지법인 운용자산에 대한 거래내역에 대해선 매일 리스크 관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의 주식 영업은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과거 90년대 초반만 해도 적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금액이 적어도 수수료(30bp 초반)가 높았지만 현재는 늘어난 거래량에 비해 수수료(10bp 미만)가 급감해 본국 리테일이건 기관 영업이건 파이가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직접주문전용선(DMA, Direct Market Access) 관련 전문인력을 2명 확대, 주식 영업 인력을 총 6명으로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롱 펀드도 많지만 한국 선물시장과 연계하는 기관도 많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확대코자 팀을 새로 꾸린 것이다.
 
IB 부문의 기여도는 현재 낮아진 상황이다. 김기영 법인장은 “다만 과거 선도 증권사의 경험을 가진 현지 직원과 글로벌 IB 근무 경험 있는 5명의 인력 현재 홍콩 현지의 IB시장을 지키고 있다”며 “조만 간 수익에 있어 IB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구성한 IM(Investment Management)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태.
 
김 법인장은 “홍콩 현지의 많은 프라이빗뱅킹(PB)들이 각종 상품을 전 세계에서 소싱해 공급하는데 국내 투자자들에겐 제한적일 수 있다”며 “IM팀이 현지서 이들 상품에 대한 투자기회를 발굴, 국내로 소싱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자산운용사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투자자로 하여금 매력도를 높인 상품을 전달한다는 설명이다.
 
1994년 설립된 대우증권 홍콩법인은 지난 2010년 초 까지만 해도 자기자본이 10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증자를 통해 본격적으로 홍콩법인을 키우기 시작해 지난 해 말 자기자본이 3억 달러 수준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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