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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귀태' 과잉반발이 부른 '환생경제'의 추억..국조 물타기 시즌2

'대통령 불인정'은 새누리가 원조..NLL, 제척 이은 국조 회피 점입가경

2013-07-1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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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누리당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을 빌미로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및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등의 일정을 중단했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12일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저는 지금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어제 홍 의원이 국민을 경악케 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비분강개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홍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며 "대선 불복성 발언에 대한 민주당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다면 지금부터 국회의 모든 상임위와 관련된 활동을 전면 중단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는 전날 홍 의원이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을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 양국 정상을 '귀태의 후손'에 비유하며 ▲역사 부정 ▲구시대 회귀 측면에서 유사한 행보를 밟고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초강력 조치다.
 
(사진=박수현 기자)
 
새누리당은 홍 의원 발언 직후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홍 원내대변인 발언은 대한민국과 전체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고 즉각 비판 브리핑을 갖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청와대 역시 이정현 홍보수석의 12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 국민이 한 대선을 불복하고 부정하는 발언"이라며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 원내대변인은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인데 확대해석되어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비춰졌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홍 의원의 '귀태' 발언 때문에 국정원 국정조사와 NLL 대화록 열람 등 정가의 초대형 사안에 관한 일정을 '올스톱'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의문이 제기된다.
 
도리어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이 '막말'이라며 분노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저주에 가까운 폭언을 내뱉았던 점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03년 6월9일 이상배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정책위의장은 당시 일본을 다녀온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이번 방일외교는 한국 외교사에 치욕 중 하나"라면서 "'등신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2003년 9월3일 김무성 의원은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했고, 2004년 1월16일 홍사덕 전 의원도 "나도 모르게 '뭐 이런 대통령이 다 있어'라는 말이 나왔다"는 무례를 저질렀다.
 
2004년 8월에는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의 '환생경제'에서 "육XX놈", "개X놈" 등 수준 이하의 언행이 등장했다.
 
이혜훈, 심재철, 주호영, 송영선, 정두언, 박순자, 나경원, 정병국, 주성영 등이 출연한 '환생경제'는 저승사자가 '노가리'(노 대통령)의 죽은 아들 '경제'를 살려주고 대신 3년 뒤에 데려가겠다는 내용의 연극이다.
 
당시 현장에는 이번 '귀태' 발언에 발끈한 모습인 박 대통령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향한 막말에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욕설이 난무했던 '환생경제'가 논란이 되자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평가할 것"이라고만 말했었다. 청와대와 여당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과격하게 반발하는 것과 대비된다.
 
새누리당의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증오는 '환생경제' 이후에도 그치지 않았다.
 
2007년 9월3일 나경원 당시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측근 비리 감싸기가 해도 너무 한다"며 "노 대통령의 정치는 한 마디로 '조폭식 의리정치'다. 강도를 하든, 살인을 하든 자기들끼리 의리만 있으면 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갑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려고 했던 박상일씨는 자신의 저서에서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했다. 부당한 수사든 아니든 전직 대통령으로서 취할 행동이 아니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하루아침에 우상화가 됐다"고 적어 공천이 취소되기도 했다.
 
2012년 5월19일 이한구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러니 노무현 개xx지. 잘 뒈졌다"라는 글을 리트윗해 파문이 확산되자 사과했다.
 
이 전 원내대표가 옮긴 비난은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보다 훨씬 더 저급한 욕설이었지만 민주당은 의원직 사퇴는 물론 당직사퇴도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새누리당은 무척 다양한(?) 막말의 전력을 가지고 있지만 민주당을 향해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조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한 뒤 긴급최고위원회를 가진 끝에 홍 원내대변인 사퇴를 요구 중이다.
 
NLL 논란 재점화, 김현·진선미 의원 제척 등으로 대선 개입 국기문란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물타기가 이제는 '귀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조소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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