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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제일모직의 '변신'..이서현의 노림수는?

"이서현 역할 변화에 따른 삼성그룹 후계구도 재편에 주목"

2013-09-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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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제일모직(001300)이 패션사업 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면서 사실상 전자소재, 케미칼 전문 기업으로 근간을 바꾸게 됐다. 특히 첨단소재와 토탈 패션으로 갈려져 있던 양대 사업부문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이질적 공존'이 아닌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서는 제일모직이 사실상 기업 성격을 소재업체로 탈바꿈하게 된 이상 새로운 인수합병(M&A)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과 삼성그룹 후계구도에 미칠 영향 등을 중점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또 제일모직이 사실상 '모직'과는 관계없는 기업이 되면서 사명 변경이 불가피해졌다는 점도 주요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노바엘이디 이후 새로운 M&A 이슈가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패션사업을 양도하면서 제일모직은 1조500억원에 이르는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당장 전자소재, 케미칼 부문에 시설투자가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인수합병전에 뛰어들 수도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제일모직은 소재사업보다는 오히려 패션 부문에서 설비투자에 적극적이었다"면서 "일반적으로 전자재료 산업은 설비투자가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1조500억원이 어떤 식으로 활용될 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새로운 M&A 가능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 8월에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기업 노바엘이디 지분 50%를 인수한 바 있다. 해외 투자로는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삼성전자도 지분 40%를 인수하기로 해 삼성벤처투자의 기존 지분 10%를 포함, 삼성 계열사들이 노바엘이디 지분 100%를 갖게 됐다. 총 인수 금액은 3455억원이다.
 
◇제일모직 패션 수송타워빌딩.(사진제공=제일모직)
 
한편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내 유일한 소재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제일모직에 남아 전자소재 사업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패션사업 담당 부사장이었으나 이후 전 사업부문을 관장하는 경영기획 담당으로 역할이 조정됐다. 이 부사장이 패션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동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 부사장이 삼성그룹의 8할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사업 연계성을 목표로 할 경우 향후 포스트 이건희 체제에서 그룹 분할의 일대 변화도 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이 호텔, 레저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이서현 부사장이 자신의 미래를 이번 그림에 투영시켰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이 부사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가는 구도가 된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에버랜드의 사업영역 확대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가 연간 매출액이 1조7000억원에 이르는 패션사업을 양도받으면서 지분 25.1%를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과 각각 8.37%를 들고 있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역할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삼성에버랜드는 주력 사업부문인 건설, 리조트 사업이 시장 침체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션사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재화 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호텔, 레저 사업을 맡고 있는 이부진 사장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제일모직의 경영방침, 실적 등에 이렇다 할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한섭 SK증권 연구원은 "당장 가시적인 변화는 매출이 줄고 영업이익이 빠진다는 점 말고는 관측되지 않는다"며 "패션사업 부문이 올해 2~3분기 적자라 해도 연간 기준으로 300억원 정도의 흑자가 나는데 이 부분이 에버랜드 쪽으로 보전된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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