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박수연

(2014산업기상도)먹구름 낀 증권가, 내년엔 햇살 비칠까

(연말특집)⑨거래대금 7년만에 최저..'불황탓' 구조조정 잇따라

2013-12-27 15:10

조회수 : 11,16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2013년 증권가는 혹독한 증시불황과 구조조정으로 그 어느때보다 침체된 한해를 보냈다. 연초 증시는 정부의 창조경제 모토 아래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아베노믹스 정책, 뱅가드펀드 벤치마크 변경 등 굵직한 이슈로 몇 차례 출렁이며 박스권 이탈에 실패했다.
 
대내적으로는 업황 불황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늘어난 가계부채로 개인들은 증시를 외면했다. 자연스레 공모주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고 상장철회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지난 2006년 이후 거래대금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거래대금이 급감하자 증권사들 실적은 반토막 나거나 적자전환했고, 이는 곧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등 한파가 지속됐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경기 역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또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증권업 활성화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코스피 추이(그래프=대신증권) 
 
◇호재·악재 겹쳐..내년에도 '변동성' 장세
 
올해 유가증권시장은 글로벌 이슈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됐다. 지난 6월에는 외국인이 14거래일 연속 매도하며 1770선까지 지수를 끌어내렸다.
 
8월에는 신흥국 위기설로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하지만 8월 말부터는 외국인이 역대 최장기간인 44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지수를 회복하다가 다시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증권사별 2014년 코스피 예상밴드
업계에서는 증권사간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 차이가 커 내년에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 증시 전망을 내놓은 21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코스피 예상 밴드 평균치는 1911~2336포인트다. 상단과 하단의 전망치 차이가 최대 200~300포인트에 달한다.
 
주요 호재로는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 악재로는 미국 양적완화 정책 변화에 따른 유동성 축소 우려가 꼽혔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3년 동안 선진국의 소비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이익성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소재, 산업재 등 전통적인 경기민감업종이 신흥국의 투자·생산 사이클 개선에 힘입어 큰 폭의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자동차, IT 등 글로벌 소비관련 업종의 이익은 점차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양적완화 축소 시행 이후의 유동성 축소 우려감은 여전히 증시에 부담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장희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실시 이후 유동성 축소 우려와 시장금리 변동성 확대로 증시 조정이 예상된다"면서도 "이미 시장과 정책당국이 예상하고 있는 리스크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래대금 부진·증권사 이익 급감..'불황' 여전 
 
올 한해 주식거래대금은 1000조원을 밑돌며 저조한 흐름을 보였다. 이는 지난 2006년 이후 7년만에 최저 금액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24일 기준 코스피의 거래대금은 상반기 506조5000억원, 하반기 470조원 총 976조원 정도로 1000조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5조원 수준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거래대금 급감의 가장 큰 요인은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외면이다. 우리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시가총액 기준 개인의 주식투자 비중은 2009년 34.6%를 기록한 후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에는 24%까지 하락했다"며 "개인투자자 중에서도 소액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식시장 이탈이 나타나면서 고액 투자자의 시장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거래대금 급감에 증권사 이익도 덩달아 악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4~9월) 62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6%나 급감했다.
 
3월 결산법인인 대우증권(006800)은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이 52억4800만원으로 5년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증권(003450)은 지난해 흑자에서 올해 235억8300만원으로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삼성증권(016360)우리투자증권(005940)도 지난해보다 실적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증권사들의 어닝쇼크는 지점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증권사 임직원 수는 4만100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1800여명 감소했다. 지난해 1600여개에 달했던 증권사 지점 수도 같은 기간 동안 170여개나 줄었다.
 
최근에는 삼성증권(016360)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데 이어 한화투자증권(003530)KTB투자증권(030210), SK증권(001510) 등이 희망퇴직·연봉삭감과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다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불완전 판매, 증시 부진 등에 따라 개인 고객들의 회전율이 낮아지고 있고, 증권사의 탑라인(Top-line) 정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증권사 실적 수준은 바닥"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은 증권업 불황의 먹구름이 쉽사리 걷히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위탁매매 수수료가 수입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당분간 인력 감축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증권사 구조조정이 진행되거나 거래대금이 활성화되지 않는 한 증권사의 수익성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IPO..공모주 시장 되살아날까 '기대'
 
증시가 불안해지자 IPO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연말 상장예정이었던 기업들은 잇따라 상장철회 절차를 밟았다. 동우HST, 하나머티리얼즈, 오이솔루션 등이 수요예측 후 공모가 밴드 하단을 산정받으며 상장 문턱을 밟았다가 물러났다.
 
기대치보다 낮은 공모가 산정, 공모시장 우려감, 기관투자가들의 보수적 시각 등이 상장철회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상장기업은 지난해보다는 소폭 증가했지만 재작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7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38개로, 지난해 29개에 비해 31% 늘었다. 작년보다는 늘었지만 2011년 신규 상장 기업이 73개였던 것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다.
 
이동섭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현재 자본시장이 위축된 상태에서 증권참여자도 제한돼 예탁금, 거래량 모두 다 줄고 있고 개인투자자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부진한 IPO 성적표를 받아들자 거래소는 올해부터 상장 심사를 크게 완화했다. 상장질적심사항목을 현행대비 절반 가까이 줄이고 질적심사기준을 과거 실적 중심에서 미래 성장잠재력 중심으로 개선해 운영의 폭도 넓혔다.
 
실제 올해 거래소 상장심사에서는 케이사인과 바이오리더스 빼고 36여곳이 상장심사를모두 통과했다. 지난해 12개 기업이 상장심사에서 탈락한 것 비하면 3배 수준이다. 거래소 상장심사팀 관계자는 "확실히 상장심사가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경영투명성이 개선됐고, 기업들 자체도 성장력이 좋고 실적이 괜찮은 편이라 심사가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SK루브리컨츠·현대오일뱅크·동부생명·KT렌탈 등 대어급 기업들을 포함해 60여개 기업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모두 상장할 경우 공모 금액은 2조5000억~3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모시장에 자금조달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사진=뉴스토마토DB)
 
◇증권사 매물 봇물..M&A 시장 가속화될까
 
내년에는 대형급 증권사 매물들이 속속 나오면서 M&A 시장의 새판짜기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 무려 4곳이 매물로 나오면서 업계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24일 우리투자증권(005940)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NH농협금융이 선정되면서 이를 시발점으로 대형급 매물들의 주인찾기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인수합병(M&A)시장에는 자산규모 1위인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현대증권 등 자기자본 3조가 넘는 대형사가 매물로 나와있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하는 내년 7월 이후 KDB대우증권도 매물로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자기자본 기준 빅5 중 무려 3곳이 M&A시장에 등장하게 된다.
 
이 외에도 LIG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애플투자증권 등 10여개에 달하는 소형 증권사들도 매물 대기상태다. 현재 국내 증권사는 약 60여개 정도다. 이 중 10여곳이 훌쩍 넘는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합병 시장은 당분간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주인찾기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은 흘러 넘치지만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이 M&A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매물이 많을수록 인수자 입장에서 나눠먹기 꼴이 되니 가치가 떨어지고,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중소형사들은 막상 인수자가 없어 무기한 보류 상태로 남아있는 찬밥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증권회사 인수합병(M&A) 활성화대책(자료=대신증권)
 
증권사 M&A 활성화를 위해 정부도 발벗고 나선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중대형사의 경우 IB지정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대형 IB로서의 도약을 돕고, 중소형사는 신탁업무와 해지펀드 운용 등 먹거리 사업을 허용함으로써 수익원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당근과 채찍' 정책을 두고 일단은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혜택이 일부 증권사에게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인센티브 실효성에 대한 제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들의 경우 관련 부분이 전체 수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고 이미 증자로 인해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이고 있어 대형IB 지정을 위한 인수 합병이 적극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끝>
 
  • 박수연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