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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현장)선거 앞둔 정치권 '급관심'에 구룡마을 '발끈'

신 구청장 "구룡마을 애환 안다" vs. 주민 "한번 안오다 선거 때되니까 방문"

2014-04-1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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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대치동 구룡마을 내에는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한승수)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구룡마을 주민들의 애환을 잘 안다는 사람이 4년 임기동안 주민들의 면담 신청에도 얼굴 한번 비추지 않았다. 뭘 아는지 마을에 와서 얘기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새누리당)의 출마의 변이 구룡마을 주민들을 자극했다. 지난 5일 찾은 구룡마을 곳곳에는 신 전 구청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새로운 현수막도 속속 걸리고 있었다.
 
구룡마을 진입로에는 마을 뒷편 대모산을 찾은 등산객들의 기분 좋은 얼굴과 구룡마을 주민들의 상기된 얼굴이 엇갈렸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불편한 표정으로, 현수막을 설치하기 위한 장비를 들고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가뜩이나 심란한 동네 분위기가 더 나빠진건 신 전 구청장의 최근 발언 때문이다.  
 
신 전 구청장은 지난 4일 언론을 통해 6.4지방선거 강남구청장 재선 도전의지를 밝히며 "구룡마을 주민의 애환을 가장 잘 아는 만큼 주민이 희망하는 구룡마을의 청사진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구룡마을 주민들의 화를 돋군 것이다. 강남구청장 임기 중 구룡마을과 갈등만 일으키며 만남을 피해왔던 신 전 구청장이 주민 애환에 대해 언급하자 주민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주민들과 대화는 단절한 채 정치인들이 구룡마을에 올때만 쫓아와 아는척 설명하고, 행사 후에는 주민들 몰래 도망치듯 멀리 돌아나니는 사람이 뭘 알겠는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의 대화 요청에 한번도 응하지 않았던 신 전 구청장은 지난달 말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함께 구룡마을을 방문했지만 주민들과의 만남은 없었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빠른 개발을 원하고 있지만, 신 전 구청장은 개발 방식 변경 과정에서의 의혹을 제기하며 개발을 지연시키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구룡마을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시 순수 공영개발 방식으로 개발될 계획이었으나,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일부 환지방식을 추가했다.
  
서울시는 개발비용 부족과 주민 반발로 일부 환지방식 도입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지만, 강남구는 대토지주의 불법 로비에 따른 개발 방식 변경이라며 개발을 막아섰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개발을 위한 주민 이주가 실시돼야 했지만 개발 인허가권자인 강남구의 반대로 사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구룡마을 문제는 현재 감사원에서 조사 중이며, 이와는 별개로 지난 2월 이노근 의원 등 새누리당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구룡마을 특혜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강남구 대치동 구룡마을 내에는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한승수)
  
최근에는 신 구청장이 언론을 통해 구룡마을 가짜 토지주들이 자신을 공격했다는 발언을 해 또 한번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5일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쌍용아파트에 식물일 식수행사에 참석한다는 정보를 접한 구룡마을 주민들은 현장을 찾았다. 이 아파트는 신 전 구청장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당초 김 예비후보를 만나 탄원서를 전달하려던 계획이었지만 신 전 구청장이 행사 현장에 나타나며 계획이 틀어졌다. 숱하게 강남구청과 사택을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던 신 전 구청장의 등장에 주민들이 흥분한 것이다.
  
행사 후 빠져나가는 신 전 구청장의 차량을 가로막고 집단 항의시위를 벌였지만 이 차량에는 김 예비후보가 타고 있었다. 애꿎은 김 예비후보가 주민들의 원성을 들어야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현장에서 신 전 구청장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하는 반면 신 전 구청장은 언론을 통해 같은 현장에서 구룡마을 가짜 토지주 200명에게 봉변을 당했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현장시위에 참석했던 한 주민은 "현장에 나갔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고용된 사람이 아니고 순수 자발적으로 모인 우리 이웃들이다"며 "현장에서 신 구청장을 만나지도 못했지만, 자신은 봉변을 당했다는 언론플레이를 하고 피해자로 위장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랜 기다림 끝에 힘들게 얼굴을 봤고, 대화로 연결시키려는 과정에서 다소 과격해진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신 전 구청장이 우리를 만나주질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5일 대치동 쌍용아파트 식목일 행사장 앞 구룡마을 주민들이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차량을 막고 있다(사진=한승수)
   
구룡마을은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매년 여름과 겨울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개발이 시급한 곳이다.
  
건설폐자제로 지어진 판잣집은 1년 내내 화재에 노출돼 있고, 실제 매년 크고 작은 화재가 일어나고 있다. 마을 위로는 전깃줄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도시가스가 안들어와 모든 집들은 LGP 가스통을 달고 있다. 매년 여름 장마철에는 집들이 쓸려 내려가거나, 흘러내린 토사에 매몰되기도 한다. 지난 2012년 겨울 옥외 공동 화장실 앞에서 62세 양모 노인이 동사하는 사고도 있었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다행스럽게 올 겨울은 큰 피해가 없었지만 곧 여름이 오면 많은 비가 내림에 따라 피해가 속출할 것이다"며 "개발 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개발 시점이 중요한 것 아닌가, 정말 주민들의 애환을 알고 있다면 이럴 수는 없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구룡마을은 1980년대 말부터 도심 개발에 밀려난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으로, 현재 1242가구, 약 2530명이 거주하는 서울에서 가장 큰 집단 무허가촌이다.
 
◇구룡마을 전경(사진=한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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