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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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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농민단체와 쌀 관세화 논의"..알고 보니 '동상이몽'

농림부 "쌀 시장개방 전제로 한 농업계 의견수렴..국회 참여 안 해"

2014-08-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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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쌀 시장을 개방하기로 한 가운데 농업계를 포함한 협의회를 구성해 쌀 관세화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의회를 대하는 정부와 농민단체 간 속내가 달라 자칫 쌀 관세화 갈등 2라운드가 시작될 분위기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부터 농민단체와 '쌀 산업발전 협의회'를 구성했고 최근에 첫회의를 마쳤다.
 
농림부 관계자는 협의회 구성에 대해 "정부가 쌀 관세율을 정할 때 농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를 얻기 위한 장치"라며 "정부가 지난달 쌀 관세화 선언을 했기 때문에 협의회는 이를 전제로 운영되고 협의회에 참석한 농민단체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을 얼핏 들으면 정부와 농업계가 쌀 시장개방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으로 해석되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부와 농업계는 '동상이몽'하는 모습이다.
 
우선 애초 삭발식까지 감행하며 쌀 관세화 반대를 외쳤던 전농이 느닷없이 쌀 시장개방을 전제로 한 협의회에 참석했다는 점이 의아스럽다. 이와 관련해 전농 측은 협의회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쌀 관세화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전농의 핵심 관계자는 "전농의 협의회 참여는 정부가 농업계 의견을 완전히 배제한 채 쌀 시장을 여는 최악의 상황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협의회 운영도 최대한 공개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우리의 의견이 무시되면 협의회를 나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농업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 안 되는 울타리 밖에서 싸우기보다 안에서도 싸우겠다는 것인데,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정부의 주장에 동조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와 농업계의 동상이몽은 협의회에 여·야 정치권의 참여하는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애초 전농 등 쌀 관세화를 반대하는 농업계는 정부와 농민단체, 여·야 정치권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협의회에는 정치권이 빠졌다.
 
이에 대해 농림부 측은 "정부가 지난달 쌀 관세화를 선언한 후 남은 과정은 관세율 결정과 이런 내용을 담은 수정양허표를 국회에 통보하는 절차"라며 "정부가 농민과 논의하는 과정에 국회가 참여하는 일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전농은 "농림부를 중심으로 한 쌀 협의회는 농업계의 시선을 관세율 산정으로 유도해놓고 정작 고율관세를 유지할 최소한 대책도 없는 관세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앞으로 협의회를 여·야 정치권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농림부가 관세율 산정에서 국회를 배제하고 나중에 수정양허표만 통보하겠다는 입장에는 정치권도 불만을 표시했다. 나아가 정치권이 온통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 신경을 돌려버린 사이 정부가 꼼수로 협의회를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측은 "정부가 이제라도 농업계의 의견을 들으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그러나 쌀 관세화를 전제로 협의회를 운영하고 관세율도 추후 통보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국회의 기능과 현행법을 무시한 절차기 때문에 차후 국회가 정상화되면 협의회에 국회가 참여하는 문제를 정식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월18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쌀 관세화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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