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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김광현, 저가 포스팅 감수하고 미국 향하나

2014-11-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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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SK와이번스)이 지난 10월29일 오후 스탠포드호텔(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왼쪽부터)임원일 SK와이번스 대표이사, 어머니 전재향 씨, 아버지 김인갑 씨, 민경삼 SK와이번스 단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류현진(28·LA다저스·전 한화이글스)에 비해 적은 액수일 것이란 점은 일반 야구팬들도 예상했던 바다.
 
하지만 '200만 달러'는 예상에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한밤 중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키워드 상위권에 '200만 달러'가 오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추진 중인 김광현(26·SK와이번스)과 관련해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미국 폭스스포츠 소속 기자인 켄 로젠탈(Ken Rosenthal)은 12일 밤(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한국인 왼손 투수 김광현을 영입하기 위해 포스팅에 참여했고, 포스팅 금액은 200만 달러(Padres post high bid for Korean LHP Kim Kwang-Hyun. Bid was $2M.)라고 전했다. 200만 달러는 한국 돈으로 21억9120만 원이다.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인 2573만 7737달러 33센트(한화 약 282억원)과 비교하면 7.8% 수준이다.
 
이어 "그의 현 소속팀 SK 와이번스는 1000만 달러를 원한 것으로 알려져 이를 거절할 것으로 보인다.(Kim's team, SK Wyverns, might not accept. Reportedly wanted $10M.)"고 덧붙였다.
 
◇'200만 달러'의 의미, 대박 좌절된 김광현의 미래는
 
김광현의 포스팅 최고가로 제시된 200만 달러는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의 역대 미국프로야구 포스팅 금액 중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대한민국 좌완 에이스 자리를 다투던 라이벌 류현진의 10%에도 되지 않은 액수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SK의 희망가격으로 알려진 1000만 달러에 비교해도 20%에 불과하며, 인터넷 상에서 야구 팬들끼리 거론하던 액수인 500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SK는 전날(11일) 전화 통화에서 "최고 입찰액 발표를 바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MLB 진출 도전선언을 고급 호텔에서 했을 정도로 큰 기대를 걸었던 SK이기에, 이 같은 '뜸들이기'는 석연치 않다.
 
김광현은 '진출 선언' 기자회견 당시 "주어지는 보직은 상관 없다. 내가 어느 구단을 가든 죽을 힘을 다 해서 던질 것"이라며 어떤 제안이 오더라도 최선을 다해 MLB에 도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예상 밖의 낮은 포스팅 입찰액에도 그대로 MLB 진출을 강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광현의 포스팅 최고액으로 입찰한 팀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며 SK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잖냐는 내용을 담은 미국 FOX스포츠 기자 켄 로젠탈의 트위터, (이미지=켄 로젠탈 트위터 캡처)
 
◇제구력 불안과 부상 전례가 발목을 잡았다
 
사실 2014년의 김광현은 2012년의 류현진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다.
 
가장 기본 요소인 성적부터 미국 구단의 입장에서는 못미더웠다.
 
류현진은 지난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2012년 시즌까지 7년 동안 190경기에 등판하며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했다. 2007년 SK에 입단한 김광현이 올해까지 작성한 기록은 '83승 49패, 평균자책점 3.30'이다. 
 
완투 경기는 류현진이 27경기인 반면 김광현은 6경기에 불과하며, 완봉 기록도 류현진의 8경기에 비해 김광현은 2경기에 그친다. 소화 이닝도 류현진은 1269이닝이지만 김광현은 1033.2이닝에 불과하다.
 
한화가 SK에 비해 팀 성적이 크게 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류현진의 비교 우위는 더욱 두드러진다.
 
현지 구단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구력도 거론됐다.
 
익명을 요청한 미국 구단 소속 한국 담당 스카우트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광현의) 투구를 보면 스트라이크 존을 향하는 공의 비율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제구력을 봐도 한국에선 통하지만 미국에선 어렵다는 전망이 없지 않았다"면서 "선발은 어렵고 왼손 타자를 상대하는 원포인트 계투가 가장 현실적이다. 200만 달러가 맞다면 그런 예상과 기대로 나온 금액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부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김광현은 지난 2011~2013년 어깨 부상으로 고전했다. 올해 28경기에 나서 13승을 거두었고 정밀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부상의 의구심을 떨치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민(27·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전례도 있다. 윤석민은 3년 총액 550만 달러를 받고 빅리그에 진출했지만, 현재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상황이다.
 
야구계 전문가들은 ''미국 구단 관계자들은 '류현진이 아시안 투수 중에서 특이하게 잘 하는 투수'로 여길 것"이라고 비관적 판단을 내놨다.
 
◇김광현. ⓒNews1
 
◇SK의 오판, FA(자유계약선수) 판도도 바뀌나
 
일부 전문가는 SK의 판단이 오판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FA 시장엔 '거물'로 평가받는 맥스 슈어저와 존 레스터는 물론 제임스 쉴즈 등의 투수가 대거 나온다.
 
시점도 아쉽다. 일본 선수들이 오는 18일까지 열릴 미·일 올스타전 이후로 포스팅 시점을 늦췄기 때문이다. 마에다 겐타(히로시마)와 가네코 치히로(오릭스) 등 일본 선수들에 비해 이른 포스팅에 대해 '주목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좋을 것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기 포스팅이 '독'으로 작용했다.
 
'미국 진출을 하려고 한다'는 내용을 기자회견으로 성대하게 치른 것도 아쉽다. 미국 구단의 관심을 끌기 보다는 '미국에 꼭 가고 싶다. (그러니 낮은 금액과 불펜 포지션도 감수하려 한다)'는 절박감을 피력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김광협의 포스팅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SK로서는 조만간 있을 FA 확보경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SK는 이번 FA 시장에 가장 많은 선수를 내보낸다. '100억+a(총액)'설이 나도는 최정을 시작으로 김강민과 나주환, 박진만, 이재영, 조동화가 자격을 확보했다. 대기업 SK텔레콤의 지원을 받는 SK와이번스지만 자체 자금도 두둑해야 한다.
 
전문가 사이에선 SK가 지난해 한화를 롤모델로 삼았을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한화는 류현진을 LA 다저스로 보내고 확보한 '실탄'을, 정근우와 이용규의 영입에 사용했다.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인 271억 원은 정근우와 이용규가 받을 총액인 137억 원의 곱절에 달하고, 심지어 국내 구단의 연간 운영비에 근접한다. 
 
SK로서는 김광현 포스팅 액수로 100억원 정도를 받으면 최정까지 여유롭게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KBO가 SK에 제시한 포스팅 수용 여부 결정 기한은 오는 14일 오후 6시다. 김광현의 미국 진출은 이제 50시간 내에 결론이 난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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