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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한·중·일 태양광 삼국지..불붙은 증설경쟁

韓 한화·日 파나소닉·中 트리나 일제히 증설 투자

2015-06-0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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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일본 오이타현에 세운 24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사진/한화그룹
 
국내외 태양광 업계에 증설 바람이 불고 있다. 태양전지 제조 전반의 판가는 낮게 형성돼 있지만, 태양광 설치량은 오는 2018년까지 연평균 10%대의 성장이 예상되면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을 중심으로 몸집 불리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과 일본 기업이 치킨게임에 가세하며, 중국이 주도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7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한·중·일에서 확인된 태양전지·모듈 증설 계획만 7건에 달한다. 중국 트리나솔라는 최근 1억6000만달러(한화 1780억원)를 투자해 태국에 태양전지 700메가와트(MW), 태양광모듈 500MW 규모의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트리나솔라는 지난해 전세계 모듈 시장에서 출하량 1위를 기록한 업체로, 지난해 말 기준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능력은 각각 3기가와트(GW), 3.8GW에 달한다.
 
대만 내 선두권 기업으로 분류되는 진텍도 지난달 중순 350MW 규모의 태양전지 공장을 태국에 설립한다고 밝혔다. 총 투자금액은 4500만달러(501억원)으로, 내년 1분기부터 상업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가 나란히 태국을 생산기지로 낙점, 투자에 나선 것은 미국 정부가 중국과 대만 태양광 기업에 각각 최고 165%, 최고 28%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중화권 외 지역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발 빠르게 우회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태양광발전소 건설 붐이 일고 있는 일본도 증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파나소닉은 지난달 95억엔(847억원)을 들여 기존 550MW 규모의 모듈 생산능력에 150MW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내년에 증설을 완료하면 말레이시아 공장(300MW)을 포함한 모듈 생산능력은 총 1GW가 될 전망이다.
 
파나소닉 측은 "주택용 모듈 판매량이 지난해 700MW에서 올해 800MW를 기록하는 등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증설을 결정했다"면서 "미국과 아시아 지역에서도 주택용 모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량이 확대되면 해외 시장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태양광 사업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화그룹은 최근 총 36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진천(한화큐셀코리아)과 음성(한화큐셀)에 각각 1.5기가와트(GW)의 태양전지 공장과 500MW 규모의 모듈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태양전지 공장을 완공하면, 한화그룹은 한화큐셀의 3.7GW에 더해 총 5.2GW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며 세계 시장 1위 업체로서 입지를 확고히 굳히게 된다.
 
LG전자 역시 오는 7월까지 모듈 생산라인 구축과 설비투자에 1639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420MW였던 태양광 모듈 생산량을 530MW로 늘린데 이어 올해도 추가 투자에 나서는 등 몸집 불리기 경쟁에 가세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향후 생산능력에 대해 "공시 사항 외에 투자 내용을 일일이 공개할 의무가 없다"면서 "경쟁사에 마케팅 전략이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증설 규모를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업계는 LG전자가 370MW 규모로 양산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며, 증설 완료 후 총 900MW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 신성솔라에너지는 충북 증평에 위치한 태양전지 공장을 연간 350MW에서 420MW로 늘리는 증설작업을 진행 중이며, 한솔테크닉스는 지난해 기존 대비 40% 생산능력을 추가해, 350MW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태양광발전 설치량이 오는 2018년까지 연평균 10%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태양광발전산업협회(EPIA)를 비롯한 국내외 전문 기관들은 올해 태양광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5% 증가한 52GW, 내년은 56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양광 제품 전반의 판가는 낮게 형성돼 있지만,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지면서 각 업체마다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전개된 치킨게임으로 업체 간 양극화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번 증설경쟁 역시 시장 재편의 성격이 다분하다"고 전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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