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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현장속으로)가구의 진화…가전시장 도전에 호텔사업까지

한샘 "부엌을 아니 주부를 이해했다"…까사미아 "호텔 자고나면 가구 구매로"

2016-03-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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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산업만큼 우여곡절이 많은 업종도 드물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보루네오, 동서, 바로크, 노송 등이 가구업계를 리드해왔다. 광고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이후 건설업계 부도사태로 가구 기업들은 연쇄 도산 상황에 이르렀고, 2000년 이후 중소기업 형태로 규모도 크게 축소됐다. 그러면서 2008년 상반기 한샘, 리바트, 에넥스 등 신진 주자들이 가구시장의 선두그룹으로 떠올랐다. 이케아 상륙은 영세 업체들에게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왔다. 동시에 메기효과를 통해 규모의 경제와 함께 차별화도 가중시켰다. 가구산업은 타 산업군에 비해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중소·영세기업들이 대다수로, 비 브랜드업체 비중이 매우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변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미 포화된 가구시장에서 브랜드 가구사들은 그들의 경험을 살려 다른 분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이 공략하는 새로운 시장은 어떤 곳인지 들여다 본다.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가구사들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가구산업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B2B에서 B2C로 전환,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동시에 생활용품은 물론 가전기기, 호텔 사업까지 활동범위를 넓히며 의존도와 리스크 제거에 나섰다.
 
소형 가전시장 뛰어든 한샘…"주부를 이해한다"
 
국내 가구시장 1위 한샘(009240)은 1~2년 내에 매출 3조원을 목표로 신사업 개척에 적극적이다. 1970년대 부엌가구 전문제조사로 출발한 한샘은 1990년대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든 이후 꾸준히 인테리어 부문을 확대했다. 지금은 가구와 생활용품 등 제품 구성을 다양화하며 홈인테리어 업체로의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사업이 '소형가전'이다.
 
한샘은 지난해 9월 진공블렌더(Blender·재료를 분쇄하거나 혼합하는 기기)를 출시하며 가전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014년 말 기기사업부를 신설하고 소형 가전기기 개발에 착수한 이후 처녀작이다.
 
진공블렌더 오젠. 사진/한샘
 
진공블렌더 ‘오젠(OZEN)’은 진공기술을 더해 기존 원액기, 믹서기 등에 비해 원재료의 맛과 색, 영양소를 오랫동안 지켜준다. 분쇄시 재료가 공기와 혼합되어 재료 본연의 영양소가 줄어들거나 산화되어 색이 변하는 현상과 섬유층이 분리(주스 섬유질과 원액이 분리되는 상태)되는 현상 등 기존 블렌더의 단점을 보완하며 가족건강을 챙기는 주부 심리를 겨냥했다.
 
한샘은 왜 첫 가전기기로 블렌더를 선택했을까. 첫째는 시장 확장성이다. 2014년 기준 블렌더, 믹서기, 원액기 전체 시장규모는 179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34% 신장했으며, 업계는 향후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동시에 부엌가구 전문회사인 까닭에 주부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해왔다고 자부한다. 기존 부엌에서 쓰는 여러 믹서기, 녹즙기, 원액기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에 대한 단점을 보완한 제품을 내놓게 된 것이다.
 
진공블렌더가 나오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기기사업부가 신설되기 이전부터 오젠에 대한 개발은 진행 중이었다. 한샘 관계자는 "진공상태의 밀폐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모터가 돌아서 분쇄를 하기 위해서는 외부와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밀폐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가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외부와 연결돼 있으면서도 진공 상태를 만들 수 있는 핵심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수출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달 안으로 중국필수 인증(CCC)을 받은 후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수출길에 오를 계획이다. CCC 인증은 국내 기업이 전기전자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반드시 승인받아야 하는 필수 인증이다.
 
한샘이 소형 가전기기 시장에 두 번째로 내놓을 제품은 물걸레 청소기다. 로봇청소기에 걸레를 부착해 물걸레 청소를 할 수 있는 제품으로, 현재 출시를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까사미아·넵스, 부전공으로 호텔사업…"가구를 느껴라"
 
까사미아는 가구업계 최초로 호텔사업에 뛰어들었다. 호텔이나 외식업은 매출 성장이 목적이 아닌 브랜드를 홍보하고 고객들도 하여금 직접 자사 가구를 체험하도록 하는 수단에 가깝다. 까사미아만의 차별화 포인트다.
 
까사미아가 2011년 4월 문을 연 호텔 ‘라까사’. 사진/까사미아
 
지난 2011년 4월 서울 압구정에 '라까사 호텔'을 오픈한 까사미아는 가구 판매 뿐아니라 호텔, 레스토랑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고객이 직접 체험한 후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라까사는 숙박시설이면서 까사미아가 30년 이상 축적해 온 인테리어와 디자인 노하우를 담아낸 곳으로, 소비자들이 최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든 체험 공간이다. 보통의 호텔이 똑같은 인테리어와 콘셉트의 방을 크기 별로 구분하는 것과 달리, 까사미아의 디자인 콘셉트 반영해 객실마다 각기 다른 가구와 인테리어를 적용했다.
 
라까사 내부 모습. 사진/까사미아
 
체험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까사미아 관계자는 "객실에 머문 고객들은 호텔과 연결된 매장에서 단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객실 콘셉트를 그대로 집으로 가져오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까사미아의 호텔 증축과 신축 계획은 지난 5년간 가구사의 호텔사업이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방증한다. 라까사는 지난해 10월 증축 오픈을 하고 새로운 객실을 선보였다. 기존 61개 객실에서 새로운 콘셉트의 객실을 신설해 총 88개의 객실을 보유하게 됐다.
 
오는 2018년 까사미아가 운영하는 두 번째 호텔도 경기도 광명시 이케아 옆에 들어선다. 지난 1월에 공사가 시작된 광명점 호텔은 지하 5층, 지상 16층, 연면적 2만1964㎡ 규모로, 지상 1∼3층은 까사미아 가구전시장, 4층은 근린생활시설, 5∼6층은 까사미아 본사, 7∼16층은 190 객실의 관광호텔과 파티룸, 회의실 등으로 구성된다.
 
까사미아에 이어 넵스도 호텔사업을 시작한다. 넵스는 본사와 전시장이 있던 서울 도산대로 1000㎡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17층, 180실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을 짓는다. 호텔 이름은 '베스트 웨스턴 바이브(Best Western VIB)'로, 오는 2018년 개장 예정이다.
 
넵스는 호텔사업을 통해 제조업(가구)에서 서비스업(호텔)으로의 확대를 통한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브랜드 홍보는 물론 향후 타사 호텔의 가구 수주 등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넵스 관계자는 "제품을 아파트나 주상복합과 같은 주거공간에 이어 리조트나 호텔 등 휴양, 숙박시설에 납품하면서 그 영역을 확장했다"며 "건립하는 호텔의 모든 가구를 넵스가 담당해 기존 가구사업과의 시너지를 도출하고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무리한 신사업은 오히려 '독'
 
포화된 가구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공격적인 변화도 요구되지만 무리한 신사업 진출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무시한 채 사업 영역만 확장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루네오다. 1980년대 가구업계 1위였던 보루네오는 철저한 준비 없이 무리하게 영업을 확장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보루네오는 지난 2011년 건강식품 및 바이오 제품 관련 사업과 2012년 알루미늄 팔레트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문제는 추진한 신사업들이 기존 사업과 연계성이 적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연매출 2000억원에 달했던 보루네오는 2014년 연매출 540억원에 그쳤다. 때문에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 본업과의 연계성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간의 시너지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영역을 넓힐 경우 오히려 전공분야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기존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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