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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

(분석)국고채 발행 왜 늘었나했더니..

보험사 RBC 시행 앞두고 `사자`

2010-02-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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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지난달 국고채 발행규모가 예정보다 3조원이나 많은 9조4610억원에 달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국고채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는 이면에는 생명보험사들의 다급함이 묻어 난다.
 
생명보험사들은 오는 2011년 4월로 예정된 위험기준자기자본(RBC)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자기자본 비율을 늘여야 하는데 국고채만큼 훌륭한 투자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 보험사 장기물 사재기
 
RBC제도는 보험사가 안고 있는 주가·금리·시장·신용·운영 리스크 등 각종 위험을 산출해 그에 맞는 자기자본(가용자본)을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에게 권고하는 RBC비율은 150%. 지난해 9월말 현재 생명보험사는 218.7% 손해보험사는 290.4%에 달한다. 당장은 서두를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2년이란 시간은 짧다. 보통 보험사의 자산은 단기로 운용되지만 부채는 장기로 가져간다. 보험사들이 1년에 30% 정도의 만기를 맞춘다고 가정하면 2년이면 60% 정도 겨우 맞춘다는 계산이다.
 
결코 여유로운 상황이 아닌데다 그나마 장기물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서 다량의 물건을 확보하기도 원활하지 않다.
 
2년내 부채를 줄이면서 자기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투자대상은 장기물 국고채다.
 
특히 장단기 금리차가 사상 최대인 최근의 채권시장 동향과 장기로 가져갈 수 있는 국고채의 금리는 5% 이상이어서 더 이상의 투자대상은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의 국고채 매입이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보험사들의 국고채 매입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생보사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국고채 구입의 가장 큰손은 은행들이지만 최근들어 RBC를 의식한 생보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것.
 
◇ 빛과 그림자..재정지출 급증
 
업계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보험사들은 만기 1년 이하의 채권을 1조원 정도 팔고 만기 5년 이상의 채권을 5조원 가량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생보사들이 국고채에 관심을 가지면서 국고채 시장의 규모가 매월 2조원 정도 더 늘어났다고 추산했다.
 
김형호 아이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상무)은 "시장에 수요가 있으니 정부가 국채를 더 발행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생보사 등 신규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달에 시장규모가 2조원은 더 늘어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대형사들이 국고채 구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채권시장의 규모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
 
정부도 장기채를 선호한다. 금리가 높아 반드시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운용면에서는 장기물이 더 안정적이다.
 
재정 조기지출에 따라 재정을 확보해야 할 정부와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안정적 투자대상을 찾던 시장의 궁합이 맞아 떨어졌다.
 
이유야 어째됐든 국고채 발행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들이 어깨에 짊어진 빚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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