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구태우

"한진 총수일가, 대한항공 상주직원 통로로 명품 밀반입"

대한항공 국내외 지점 일사분란하게 명품 운송 참여

2018-04-18 17:30

조회수 : 6,61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구태우·신상윤 기자] 한진 총수일가가 계열사 대한항공을 이용해 고가 명품을 밀반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세관 당국이 이를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 국내 및 해외 현지지점 직원이 명품을 반입하고, 세관은 이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공항 내 상주 직원들의 전용 통로를 이용해 세관당국의 눈을 피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제작/뉴스토마토
 
18일 복수의 대한항공 사무장·승무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조양호 회장과 부인 이명희씨,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은 대한항공 항공기를 '퀵 서비스'처럼 이용했다. 총수일가가 구입한 해외 명품은 인천공항 내 세관당국의 통관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국내로 밀반입됐다. 해외에서 구입한 명품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관세법 위반이다. 공항 내 통관 절차는 물론 공항 보안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진 총수일가는 고가 명품 목록을 해외 현지 지점에 건네고 구입을 지시한다. 그러면 현지 지점장이 구매를 대행하고, 명품은 귀국편 항공기를 통해 국내에 밀반입된 뒤 총수일가에 전달된다. 대한항공 임직원은 총수일가가 이 같은 방식으로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올 등의 명품들을 밀반입했다고 주장했다. 
 
명품 전달은 현지 지점장 또는 공항소장들이 담당했다고 한다. 귀국편을 맡는 객실승무원은 통상 이륙 1시간10분 전부터 기내에서 비행을 준비한다. 사무장 A씨는 "공항소장이 승객 탑승 30분 전 기내로 찾아와 '회장님 물건입니다'라거나 'DDA(조현아) 물건입니다'라고 말하며 전달한다"며 "한 번은 에르메스 쇼핑백을 받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지난 17일 사무장 B씨가 5000달러 영수증이 부착된 총수일가의 크리스찬 디올 드레스가 국내에 밀반입됐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이렇게 전달된 한진 총수일가의 명품은 사무장이 직접 항공기 일등석에 보관한다. 명품은 인천공항에 착륙한 직후 공항에 상주하는 대한항공 임직원에게 전달된다. 항공사는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터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 항공사의 지상직 직원이 기내 밖에서 항공기 게이트(문)를 연다. 대한항공 인천공항 소장은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물건을 받아갔다는 게 사무장 A씨의 주장이다.
 
국제선에 탑승한 사무장은 게이트 오픈 후 도큐먼트백(서류가방)과 외교행낭 등을 직원에게 전달한다. 이때 한진 총수일가가 요청한 명품 등이 함께 전달된다는 것이다. 명품을 받은 직원은 공항 내 '상주직원 전용 통로'를 통해 고가 명품을 운반한다. 세관의 눈을 피해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 통로에는 인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엑스레이 보안 검색대가 있다. 하지만 공항 내 상주하는 직원들은 입국 승객들보다 상대적으로 간소하게 통과할 수 있다.
 
'상주직원 전용 통로'에는 세관 당국의 통관 절차가 없다. 공항에 근무하는 지상직 직원들은 공항 내 '보안구역출입증'을 패용하고 이 통로를 통과한다. 엑스레이 보안 검색대가 직원의 물품을 검사하지만 지상직 직원의 경우 흉기나 위험물이 아닌 이상 물품을 꼼꼼하게 보지 않는다는 게 항공업계 설명이다. 통로 보안검색대 담당자가 묵인할 경우 고가의 명품도 세관당국의 눈을 피해 국내로 쉽게 밀반입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공사 직원과 지상직 직원이 매일 마주치는데, 물품 검색을 꼼꼼하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상주직원 전용 통로는 공항 내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 항공 승객들이 이용하는 것처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며 "특히 한진 총수일가가 지시한 일이라면 대한항공과 인천공항 등이 암묵적으로 이를 용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지상직 계열사를 통해 고가 명품이 전달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해당 계열사는 대한항공의 수화물 하역 업무를 수행한다. 모기업의 지시를 받는 만큼, 총수일가의 명품 운반을 거절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세관당국은 상주직원 전용 통로에 통관 절차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밀반입될 가능성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정확한 물증이 나온다면 현재 내사 단계를 정식 수사 단계로 격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상주직원 전용 통로에는 통관 절차가 없지만 공항에서 운영하는 엑스레이 보안 검색대가 있기 때문에 밀반입되기 어렵다"면서도 "관련 내용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상주직원 전용 통로를 이용하는 모든 직원들에 대해 예외 없이 전 초소에서 육안 개봉검색 및 엑스레이 검색을 통해 면세물품 반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태우·신상윤 기자 goodtw@etomato.com
 
  • 구태우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