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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국제유가 하향 진정 국면, 중동리스크는 '변수'

WTI 53.62달러, 다른 유종도 가격 안정, 전문가들 "추가 쇼크가 우려"

2019-10-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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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사태로 15~20%까지 폭등했던 국제유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시장에서는 핵심 석유시설의 빠른 복구 덕에 이달 유가가 하향 안정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동지역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수개월 내 또 다시 원유공급 쇼크가 발생하면 최근의 급등세보다 심각한 유가 변동성을 맞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3.62달러로, 지난달 16일 62.90달러까지 치솟았던 데서 14.75%(9.28달러) 떨어졌다. WTI가격은 사우디 석유시설이 공격받은 직후인 지난달 16일부터 23일까지 배럴당 평균 59.20달러를 기록했다가 최근 6거래일(9월24일~10월1일)간 55.63달러로 6.03%(3.57달러) 내려갔다. 같은 기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배럴당 평균 65.10달러에서 61.64달러로 5.31%(3.46달러) 하락했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쿠라이스 유전에서 직원들이 작업 중인 모습. 사진/AP·뉴시스
 
국제유가가 이처럼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당초 계획한대로 산유량을 복구하고, 중동 지역 군사 충돌 위험이 진정된 덕이다. 외신에 따르면 아람코 생산시설은 피격 이전인 하루 970만배럴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11월까지는 하루 1200만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져 원유 수요가 줄고 있다는 점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큰 변수가 없다면 이번들 국제유가는 하향 안정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은 "사우디 사태가 터진 직후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당초에는 하루 570만배럴(bpd)의 원유 생산이 타격받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문제가 없었던 200만배럴 생산시설은 곧바로 회복하고 나머지도 상당부분 수리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물론 시장 일각에서는 사우디 측의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단 시장에서는 공급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 리스크가 변수로 남아 있어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사우디와 미국이 석유시설 피격 사태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된 바 있다. 향후 사우디 석유시설이 추가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근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이란의 군사도발을 막지 않으면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수개월 내에 원유공급 쇼크가 생기면 지금보다 더 큰 시장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재고 소진을 통해 사우디발 원유공급 차질을 보완할 수 있지만 추가적인 원유생산 이슈가 발생하면 유가는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사우디 석유시설의 취약성이 드러난 상황에서 후티 예멘 반군의 추가 공격은 원유공급차질 이슈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팀장도 "사람으로 치면 병에 걸려 치료를 했다고 하더라도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며 "당분간 유가가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새로운 쇼크가 왔을 때는 방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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