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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범죄피해자 인권, 어디에)③무늬만 '피해자보호기금'…직접지원 미약

2019-10-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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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법무부 소관인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1007억원으로 책정돼, 올해보다 49억원 증가했다. 증가한 예산은 주로 범죄피해자 치료비와 생계비, 범죄피해자지원센터·스마일센터 지원 등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또 성폭력·아동학대 피해자에 한해 법률 지원을 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와, 형사공공변호인제도에도 예산이 편성됐지만, 범죄피해자를 위한 실질적인 예산 마련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채이배 의원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범죄피해자 기금 사업비 950억원 중 법무부의 스마일센터 운영비, 검찰청의 범죄피해자센터 운영비, 여성가족부의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 운영비 등 각종 기관 운영비 등에 70%가 사용되지만 범죄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액은 164억 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채 의원은 "여러 센터가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하지만 이는 피해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 행정기관 중심주의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기금운용 현황에 따르면 전체 95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90억원 상당은 성폭행 및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위해 쓰인다. 나머지 범죄에 대한 피해자들은 이 같은 지원 대상에조차 빠져있다. 기금에 대한 지원 대상이 검찰청이나 경찰청 등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돌아가는 기금은 현저히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계에서도 "기금의 용도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에 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구조금 지급과 지원법인에 대한 보조금 교부와, 다른 법률에 근거한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사업, 기금의 조성·관리 그리고 운용을 위한 경비지출 등 다양하고 포괄적"이라고 했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 기금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3조에 따라 범죄피해자를 보호 및 지원하기 위한 자금으로 조성되며, 형사소송법에 따른 전체 벌금의 6%가 이 기금에 적립된다. 그러나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수납비율이 줄어들고 있어 6%의 전입비율로는 수지상등 원칙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벌금 등에 정률, 정액 형태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1960년대 범죄피해자보상법이 제정됐고, 1980년대 사법부 산하에 범죄피해자국을 설치해 기금으로 벌금, 과징금, 기부금과 특별세금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도 범죄피해자보상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재원을 충원한다. 뉴질랜드는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피고인에 범죄세를 부과한다.
 
국회에서도 구조금 및 기금 개선을 위한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처리가 지연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해 일시금으로만 지급하던 구조금을, 구조피해자 또는 그 유족이 연령, 장애, 질병 등의 사유로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해 지급할 수 있도록 법 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또 외국인이 구조피해자이거나 유족인 경우 해당 국가의 상호보증이 있는 경우에만 구조 대상으로 하고 있던 것을,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인 외국인이 출입국관리법 제10조에 따른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구조 대상이 되도록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 등 12명은 2016년 기금의 벌금전입 비율을 6%에서 단계적으로 2020년까지 10%로 상향조정하고, 벌금 이외에 과료, 몰수, 추징 등의 일부를 기금으로 납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개정안을 냈지만 여전히 소관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에서 열린 '청주스마일센터 개소식'에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관계자들과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스마일센터는 강력범죄 피해자 트라우마 통합 치유기관이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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