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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코로나 의심 탈북민 재입북…김정은 "특급경보 발령, 개성봉쇄"

3년 전 탈북한 20대 K씨 유력…남북미 방역협력 계기될까 주목

2020-07-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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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북한이 26일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탈북민이 최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개성으로 재입북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특급경보를 발령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은 이날 오전 "개성시에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탈북민)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지난 7월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문방역기관은 불법 귀향자의 상기도 분비물과 혈액에 대한 여러 차례의 해당한 검사를 진행해 악성 비루스 감염자로 의진할 수 있는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온 것과 관련해 1차적으로 그를 철저히 격리시켰다"면서 "지난 5일간 개성시에서 그와 접촉한 모든 대상들과 개성시 경유자들을 해당 부문과의 연계 밑에 철저히 조사·장악하고 검진·격리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4일 오후 '개성시 완전봉쇄'를 지시하고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최대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주재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이행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개월간 전국적으로 각 방면에서의 강력한 방어적 방역대책들을 강구하고 모든 통로들을 격폐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내에 악성비루스가 유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했다"며 보다 강력한 비상방역체계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비상사태에 직면한 현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에 하나와 같이 절대복종하고 움직이는 질서를 유지하며, 각급 당조직들이 자기의 기능과 역할을 완벽하게 발휘할 것"을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확진 의심자의 재입북을 막지 못한 전방 군 부대 처벌문제도 논의됐다. 통신은 "해당 지역 전연부대의 허술한 전선 경계 근무 실태를 엄중히 지적하고 당 중앙군사위가 사건 발생에 책임이 있는 부대에 대한 집중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엄중한 처벌을 적용하며 해당한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해 토의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탈북민 재입북' 주장에 청와대는 "관계 부처에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다만 군 당국은 "일부 인원을 특정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확인 중"이라며 공식 확인했다. 아울러 경계태세의 잘잘못 등을 점검하는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단을 투입했다. 군 관계자는 "감시장비 녹화영상 등 대비태세 전반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문제의 탈북자는 지난 2017년 8월 서해 5도 교동도 전방 해상에서 헤엄쳐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1996년생 남성 K씨가 유력하다. K씨는 개성에서 중학교까지 나온 뒤 한국에서 전문대를 중퇴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김포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낸 탈북민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K씨가 3년 전 이용했던 탈북루트를 다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확한 재입북 경로와 방법에 대해 조사 중이다. K씨가 김포 강화 교동도 일대를 사전 답사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편 북한이 코로나19 발생 가능성을 공식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코로나 최초 유입 원인을 남측과 탈북민에 돌리면서 방역망 붕괴의 책임을 남측에 묻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내 탈북민을 향한 혐오감정을 부추기며 내부통제를 한층 더 강화하려는 뜻도 엿보인다.
 
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코로나19 유입을 선언한 것은 한국과 미국 등 외부에 '방역 SOS'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의료보건 협력은 대북제재에 포함되지 않는 인도적 지원으로, 남북미 대화재개 계기로 유력 언급돼 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1일 한국 민간단체의 열화상카메라 등 코로나19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탈북민의 재입북에 ‘특급경보’를 발령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지난 1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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