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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훈

(영상)'K가전 메카' 창원 LG 스마트파크…디지털 '선도'

구광모 회장의 '인간존중 경영' 공장 내부 곳곳에 담겨

2022-10-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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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하지도, 시키지도 않는다."
 
LG 스마트파크 내부에 새겨진 글귀다. 해당 문구에는 LG그룹 75년 역사 속 핵심 경영이념인 '인화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인화는 '서로 아끼고 화합한다'는 뜻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인간존중의 경영' 기치와도 맥을 같이한다.
 
6일 방문한 LG전자(066570) 창원 공장은 사람과 기계가 미래에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청사진'과 같았다. LG전자 창원공장은 인재 중시 경영과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한 스마트공장 전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표적 사례다.
 
올해 3월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LG스마트파크’는 글로벌 가전 선도기업 LG전자의 제조 경쟁력을 상징한다.
 
1976년 준공된 LG전자 창원공장이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한 건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맞춤 생산 체계로 변경하기 위함이다.
 
이날 오전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1층 로비에 들어서자 오른쪽에 대형 화면이 처음 눈에 띄었다. 해당 디스플레이를 통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로 구현한 현재 가동 중인 생산라인과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유무, 제품 생산 실적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LG스마트파크는 스마트팩토리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트윈’을 포함해 로봇, 디지털 정보화 기반의 유연 생산시스템 등을 활용해 1개의 생산라인에서 최대 58종의 모델을 생산한다.
 
LG전자 직원들이 LG스마트파크의 지능형 공정시스템이 보여주는 버츄얼 팩토리를 확인하고 있다. 지능형 공정시스템은 냉장고 생산,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유무 등 실제 공장 가동 상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LG전자)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 가상공간에 현실과 동일한 대상을 만들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작업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상태에 미리 대비하며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생산라인에 들어서면 로봇팔이 20kg이 넘는 커다란 냉장고 문을 가뿐히 들어 본체에 조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화염이 발생하는 용접, 손이 많이 가는 나사 체결 작업도 로봇팔이 수행했다.
 
LG전자는 로봇팔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3D 비전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로봇이 정확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로봇이 어렵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작업자는 생산라인이나 로봇 작동상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해 품질과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셈이다. LG전자에 따르면 냉장고의 경우 시간당 제품 생산대수가 20% 가까이 증가했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생산라인에 설치된 로봇팔이 20킬로그램이 넘는 커다란 냉장고 문을 가뿐히 들어 본체에 조립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강명석 LG전자 선진화TASK리더 실장은 "LG 스마트파크는 사람을 위한 자동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사람이 하기 힘든 공정에 로봇이 투입됨에 따라 근무자들은 로봇관리, 데이터관리 등 고퀄리티 업무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그는 "창원 지역 같은 경우 LG 스마트파크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캐파도 늘어나고 지역사회에서 부품 조달 2차 밴더들 인원도 10~15% 늘었다"고 설명했다.
 
통합생산동의 물류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냉장고 생산라인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사람이 부품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은 없었다. 로봇이 지능형 무인창고에서 부품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실시간으로 재고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AGV)이 지상에서 최대 600kg의 적재함을 자동 운반해주고 물류 엘리베이터는 부품 박스를 올린다. 이후 고공 컨베이어로 천장에서 최대 30kg의 박스가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LG전자는 원활한 물류를 위해 LG유플러스와 협업해 LG스마트파크에 5G 전용 통신망을 구축했다. 5G 모듈을 장착한 물류로봇은 공장 내에서 끊김 없는 안정적인 통신을 통해 자재를 빠르고 정확하게 운반해준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생산라인에 설치된 로봇팔이 무거운 냉장고 부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LG전자)
 
디지털 트윈 기술은 물류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30초마다 공장 안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10분 뒤 생산라인의 상황을 예측한다. 예를 들어 10분 뒤에 라인 일부에서 자재가 부족해 정체가 될 예정이라면 미리 해결하도록 안내한다. 실시간으로 생산 과정을 시뮬레이션 하기 때문에 한 개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에 맞춰 부품과 자재를 적시에 공급한다.
 
이수형 LG 스마트파크 혁신운영팀 선임은 "병도 빨리 발견하는 게 최선의 대응인 것과 같이 10분 뒤 미래를 예측해 혼류라인의 복잡한 물류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예지보전 시스템이야말로 LG전자의 자랑스러운 독보적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에 따르면 LG스마트파크의 입체물류 자동화 시스템은 업무와 공간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했다. 자재 공급시간은 기존 대비 25% 단축됐고 물류면적은 30% 정도 감소했다. 예기치 못한 설비 고장으로 작업이 중단되는 시간도 96% 감소했다.
 
자동화 설비 구축을 통해 불량률도 확연히 개선됐다. 실제 제품의 불량 원인 분석시간은 기존 대비 약 50% 단축됐고 현장 불량률은 30% 정도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사람이 직접 제품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불량이 발생하면 어떤 설비에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수리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는데 이같은 단점이 개선된 셈이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에서 하루에 수집하는 데이터량은 약 500GB다. LG전자는 공장 내부 센서로 생산과정 전반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는 기존 냉장고 생산라인의 일 평균 데이터 수집량인 50MB 대비 1만 배 가량 많다. LG전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전환으로 LG스마트파크에서 수집한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면서 제품 불량, 설비 고장 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전경. (사진=LG전자)
 
LG전자 관계자는 "LG스마트파크가 최종 완공되는 시점인 2025년에는 고도화된 냉장고 생산라인 1개를 추가하고 제조혁신 노하우가 접목된 오븐, 식기세척기 라인도 확대 구축해서 생산 효율과 품질을 향상시킬 계획"이라며 "또 창원 LG스마트파크에 이어서 글로벌 생산거점에도 단계적으로 '지능형 자율공장'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노력을 펼치며 글로벌 가전 선도기업의 위치를 공고히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LG스마트파크에는 ESS, 태양광, 폐열 재활용 등 친환경 기술도 대거 적용됐다. LG전자는 LG스마트파크에 친환경 에너지 설비와 기술을 적용해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LG스마트파크에 설치된 전력 피크 저감용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전기 사용량이 적고 전기요금이 저렴한 심야 시간대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주간 피크 시간대에 사용해 공장 전기요금을 낮춰준다. 국가 전력망의 피크전력을 낮춤으로써 예비발전설비 가동을 줄이고 온실가스 저감에도 기여한다.
 
또 LG스마트파크는 창원시 소재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스팀으로 변환해 공급받아 열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연료를 직접 연소시키지 않고 재활용된 스팀을 활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GS EPS와 손잡고 LG스마트파크 건물 옥상에 1만여 장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연내 1차 준공을 완료해 운영을 시작하고 2025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이면 건물 사용 전력의 약 10% 이상을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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